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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사랑 고백

색종이로 곱게 접어 전해 준 마음

by 레이지살롱

퇴근 후 아이를 봐주시던 이모님이 가시고 나는 다시 주방으로 출근했다. 저녁준비를 하느라 분주한데 아이가 조그마한 편지를 건네준다. 글을 제대로 가르친 적 없어 거창한 편지는 아닐 거라 생각했고, 집에 오자마자 저녁 준비에 바빴다. 게다가 거실엔 장난감들과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것들이 함께 널브러져 있어 조금 예민했다. 아이는 퇴근한 엄마가 반가워 종알 종알 얘기하며 뭔가 꾸깃꾸깃한 걸 건넸지만 나는 '이건 또 모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펼쳐 보았다. 그런데 사랑 고백이라니. 여섯 글자 만으로도 감동 또 감동이다.


가끔씩 이렇게 뜬금없는 사랑 고백에 놀라 우와- 엄마도 너무너무 사랑해~ 하고 안아주면, 무언가 뿌듯한 일을 한 것 같은 얼굴로 안겨 있는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맘이 들었다. 해야 할 일에 치여 잔뜩 찌푸렸던 미간 주름이 잠시 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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