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닌 내가 머물렀던 곳
누군가의 SNS를 타고 타고 피드를 보다가 눈에 익은 배경의 사진이 나의 시선에 들어왔다. 어? 여기 거기 아닌가? 책장에 비친 노란 햇살이 익숙하다. 내가 동경하던 시드니의 한 북카페의 사진이었다. 내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 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그 자리에 있다. 마치 어제 다녀왔던 그 카페처럼. Glebe라는 동네에 있는 북카페인데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갔을 때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쪽이 시드니대학 근처라 우리나라의 홍대의 느낌과 많이 닮아서 예술가적인 느낌의 개성 있는 친구들과 힙한가게들이 구석구석 있는 곳이었다. 그 길에 가면 나도 왠지 그 힙한 사람 중에 한 명이 된 거 같은 기분에 가끔씩 방문했는데, 그 카페를 발견하고는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고 말았다. 낡았지만 어딘가 세련되었고 창가 사이사이 들어오는 햇살과 내부에서 파는 커피 향과 책장 사이에 구석에 있는 테이블이 너무 조화로웠던 곳이었다. 토요일이면 'Glebe Market'이라는 중고마켓도 그 주변에서 열렸었는데- 여전히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 시절 자유롭고 호기심 많고 즐거웠던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십여 년간 잊고 살았는데, 누군가 모르는 사람의 SNS에서 발견하면서 꽁꽁 싸서 다락 위에 숨겨놨던 나의 옛 일기장이 다시 펼쳐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