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휴직 중인 나의 일상엔 조급함과 여유가 공존한다.

by 레이지살롱


어둑하지만 약간의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아침 6시, 휴대폰 진동이 베개 옆에서 느껴진다. 코끝의 차가움이 느껴져 이불속에서 조금 버둥거리다가 휴대폰을 보니 6시 15분, 지난밤에 올린 SNS의 좋아요 알람이 휴대폰 잠금 화면에 떠있다. 눈을 반쯤 뜨고 댓글을 확인하고 침대 옆 조명을 켜고 일어나 화장실, 주방 순으로 이동해 물을 한 컵 들고 안방 옆 작업실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를 꺼내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6시 반쯤, 남편이 일어나 거실 복도를 스윽스윽 쓸면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바로 작업실 문을 열리고 남편 역시 반쯤 뜬 눈에 까치집 머리로 아침 인사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이 출근 준비를 했지만, 휴직 중인 나는 다른 일상을 시작한다. 글을 다 쓰고 7시 반쯤 남편이 나갈 때 입구에서 아이방을 향해 아이 이름을 부르면 눈도 못 뜨고 좀비처럼 기어 나와서 아빠 출근길을 맞이한다.


남편 출근 후 아이와 아침밥을 먹고 아이 등교할 시간이 되어서 얼른 옷을 갈아입고 학교 앞까지 함께 가주고 인사를 한다. 뭔가 대단한 말을 해주고 싶지만 ‘잘 다녀와’ 한마디만 하고 헤어진다.


동시에 유튜브를 켜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어제 보던 영상을 이어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계단 21층까지 걸어 올라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보던 영상은 이미 끝나고 SNS로 화면을 넘겼다. 친구들 피드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쓰다 보니 오늘 글쓰기 첫 수업이라는 게 생각났다.


얼른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노트북을 켰다. 드립 커피를 텀블러에 바로 내렸다. 10분 남짓 남았는데 허기짐이 느껴져서 커피 향을 느낄 새도 없이 주방 베란다로 가서 먹을만한 것을 찾았다. 맛밤과 먹다 남긴 숏 브레드를 얼른 꺼내와서 줌에 접속했다. 회의실 아이디를 입력하니 비밀번호 접속 메시지가 떴지만 숏 브레드를 우걱우걱 먹으며 잠시 접속을 멈췄다. 그 와중에도 숏 브레드의 버터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맛밤을 뜯어 입에 또 넣었다. 비밀번호를 접속하고 들어가니 한 명이 들어와 있었다. 남은 맛밤을 먹고 나니 수업이 시작되었다. 평일 오전이라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인생 선배님들을 만나려나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젊은 분들도 많았고 나처럼 휴직한 분도, 그림 그리는 분도 있었다.


줌으로는 회의만 진행했고 수업은 처음이었지만 소통하며 진행되는 수업이라서 마치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화면 안에 있는 강사님도 친근한 느낌이고 글을 쓰시는 분이라 말도 잘하시고 편안하게 잘 이끌어 주셔서 앞으로의 3주가 기대되면서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도서관에서 강사님의 책을 검색해보았지만 이미 모두 대출되어 있어 예약만 눌러놓았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허기진 배를 채우니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결혼 후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던 친구는 작년부터 일을 다시 시작하여 전공인 디자인도 아닌 회계 쪽 일을 해내고 있다. 일하며 힘든 고충 이야기를 하다가 휴직인 나의 상태를 부러워했는데 불과 3달 전까지만 해도 나도 그리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고 남은 3개월이 시한부 인생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다음 주로 약속 날짜를 잡고 전화를 끊었다.


어제 빌려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취미로 월 천만 원 버는 법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병행했던 사이드잡들의 결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요즘 관심사는 나의 에너지를 돈으로 만드는 것이다. 혼자 작업하고 끄적이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모아서 내 브랜딩이 되고 돈으로도 연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책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빌리려고 한다. 아직 반밖에 못 읽었는데 아이를 학교에서 데리러 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학교로 가며 나의 오후의 시간은 아이에게로 이관된다. 내일 또 조금 성장해 있는 나를 꿈꾸며 오늘을 살아간다.




이전 06화언제까지 따라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