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해보자.
아이가 5살쯤 되었을 때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몰라서 유명한 성교육 동화책 시리즈를 사서 읽혔다. 그런데 읽어 주다 보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한 권의 에피소드에서 여자 주인공 아이가 핑크양말이 없어서 다른 색 양말을 신기 싫어했는데 아이에게 레이스로 대체해주고 아이는 만족해하며 이야기가 끝이 났다. 성별에 색으로 성체 성을 심어 주지 않기 위한 에피소드인 건가 라고 하기엔 레이스로 여자 아이의 정체성을 다시 심어준 격이라 핑크와 레이스의 차이가 도대체 뭘까 의문이 들었다. 그 무렵 이미 유치원에서 남자아이는 파랑, 여자아이는 분홍이라는 공식으로 파랑만 고집하던 아이라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모든 걸 도배하고 있어서 이 친구는 레이스를 좋아했구나..라고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실제로 아이의 유치원에는 여자 편, 남자 편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여자아이들이 입는 색상의 옷을 입으면 아이들이 놀린다고 했었다. 내가 좀 더 잘 알고 있다면.. 더 제대로 이야기해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 아들을 아들답게 키우는 시대는 끝나 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적 행동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 성적 자기 결정권과 상대방의 성에 대해 이해하는 젠더 감수성을 일상으로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성 의식과 성 평등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손경이의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하는 법'이란 책을 읽고 있다. 성교육에 앞서 성적 자기 결정권과 상대방의 성대 애해 이해하는 젠더 감수성을 가르쳐야 한다는데 저자의 핵심 원칙이다. 요즘 젠더 감수성이 이슈화 되어가고 있는데 나는 상대방의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왜 남성들은 여성을 알지 못하고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가에만 몰두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모르고 살았구나 생각했다. 아들을 키우려면 엄마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어릴 땐 농담 삼아 남편에게 '아이 좀 크면 둘이 구성애 성교육 캠프 좀 다녀와'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크고 있고 성교육은 한 번에 끝내는 교육이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와 계속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는 걸 알았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남자가 될 수 있도록 엄마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