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내가 나에게 준 것
하루에 물건 한 가지씩 버리기가 유행이다. 미니멀리즘 관련 카페나 동호회에서는 마치 간증과도 같은 버리기의 후일담이 쏟아진다. 물건이 뭘 잘못한 걸까? 우리는 왜 물건을 버리는 일을 통해 해방감을 느낄까?
'물건'에는 우리가 지니는 소지품부터 집안의 가구, 생활필수품이나 그릇 같은 편의를 위한 도구, 책과 옷가지, 취미로 모으는 컬렉션 등이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 내 일상의 크고 작은 조연이다. 어쩌면 물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우리를 반영하고 있을지 모른다. 옷, 그릇, 자동차, 책... 어떤 분야의 물건을 주로 사들이는지 알면 그 사람의 취향이 보이고 희미하게나마 가치관까지 엿볼 수 있다. 또 가급적 고급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사는 모습은 꽤 다를 것이다.
삶의 질을 높여줄 도구로 물건을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지 생활의 과제를 해치우고자 물건을 들이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였다. 물건은 내 일상의 소중한 조연이 아닌 빨리 역할을 끝낸 후 퇴장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보이는 물건이라면 적당히 겉만 그럴듯한 최대한 싼 물건을 샀다. 보이지 않는 물건이라면 나의 취향과 가성비 사이에서 매번 흔들렸다. 단지 얄팍한 지갑 탓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쉽게 들인 물건들에 진저리를 내며 내다 버린 후 몰려오는 홀가분함이 좋아 나는 더 비우고 더 버렸다. 하지만 버리고 돌아서면 또다시 비슷한 물건에 눈길이 가는 걸 발견하고 깨달았다. 문제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건을 대하는 내 방식이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 우리는 예산 안에서 그 사람의 취향에 부합하며 본질적으로 좋은 물건을 선택하고자 고심한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물건에 담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물건들은 내가 나에게 준 것이다. 내가 쓰려고 사는 물건에도 내 마음이 담긴다. 나를 대하는 방식의 반영이다. 대대적으로 물건을 버리면서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인색하고 무관심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내 취향을 탐구하지 않았고 좋은 것을 주지 않았다.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나를 대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는 것과도 같았다.
반면 예산을 거듭 고민하며 나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산 물건은 오래 남아 내 일상을 받친다. 차(tea)에 입문하며 처음 들인 4인조 노리다케 찻잔 세트가 그렇고 질감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 났던 머플러들 중 가장 감촉이 좋은 걸로 눈 꾹 감고 구입한 캐시미어 머플러가 그렇다. 인터넷에서 대강 색감만 보고 여러 장 사들였던 머플러는 이제 한 장도 남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물건의 개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계획 없이 여러 종류 사들인 애정 없는 물건들이 많을 뿐이었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은 비우고 버리기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버려질 무언가가 아닌 곁에 둘 소중한 것을 살펴 삶의 질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나는 요즘 수시로 내 주변의 사물들을 관찰한다. 샤워타월 한 장부터 매일 입에 들어가는 수저 한 벌까지 내 마음이 적게나마 담기지 않은 물건은 한 가지도 없다. 나의 물건을 점검하는 건 나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비움의 일상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아래 책에 실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