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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여행자 Jun 27. 2019

아름다움과 죽음

6월

           


6월의 숲은 지저분했습니다. 잡초들은 뭘 먹고 크는지 내 허리춤까지 자라 어깨를 위협하고 비가 지나갈 때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밟힙니다. 지렁이의 사체가 나뒹굴고 곤충들은 죽은 생명 주위를 들끓습니다. 습한 공기에 풀 비린내가 엉켜 6월의 숲엔 비릿한 죽음의 분위기마저 감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은 필사적으로 아름다운 걸 좇습니다.

그림자, 빛이 그린 그림

6월의 첫날, 여름의 시작을 알리듯 햇빛이 유난히 따가운 한낮에 숲에 나갔습니다. 햇살을 피하느라 깊이깊이 들어와 뜻밖의 예쁨을 보았죠. 무성한 나뭇잎을 파고들어 땅 위에 그린 빛의 그림들. '그림자'라는 말이 얼마나 오묘하고 예쁜지 처음 생각해봅니다.

야생화 외엔 꽃이 귀한 6월, 장미가 단연 숲의 여왕입니다. 별로 좋아하는 꽃은 아니지만 녹색과 붉은색, 흰색의 조합이 잘 어울려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6월의 숲은 그저 5월의 연장일 줄, 더 푸르고 무성  알았습니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이뤄내는 자연의 질서엔 작은 죽음들도 엄연히 포함된다는 걸, 이제야 보았네요. 이 거칠고 습한 시간들이 지나면 무고한 죽음들을 껴안고 맺힌 열매의 시간이 찾아오겠죠. 그때까지 저도 잘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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