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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제스트 Nov 02. 2024

나를 마주하고 싶어 시작한 수다

Ep.13 에필로그


기억에 남은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마주한 현실이 오래 전의 나, 나의 선택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그때의 내가 어떠했는지 다시 찬찬히 마주하면 답답함이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

지금 존재하긴 하는 걸까.


온전히 나를 마주하고 돌아보진 못한 거 같다.

그래도 글을 쓰는 동안 잠시나마 기억을 되짚어보고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니 위안이 되긴 했다.


순간순간 나름 최선의 선택을 했고 결과를 알고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기억을 지우고 다시 돌아간다면 또다시 같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만큼 나를 버린 시간은 없었다.


버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살려고 한 선택이 지금의 나에게 큰 파도가 되어 집어삼고 있다.

파도 속에 갇혀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 영향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중인 듯.


자유롭고 싶었다.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있었지만 그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내가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선) 나름 주도적으로 살았다.


회사생활도 결혼생활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유롭고 싶어서.


먹고살아야 하니 회사 생활은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제어하는 분위기가 싫어 자주 옮겨 다녔다.

결혼은 얽매이는 관계가 증폭하는 것이라 피했는데 역시나 버겁다.

지금은 단 한 사람도 버겁다.


역시 결혼을 하지 않았어야...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
다르게 할 수 있었는데
다르게 했어야 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며 살기에 삶은 너무나도 짧다.

원씽,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비즈니스북스, p.263



그래.

삶은 너무나도 짧다.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

눈앞에 놓인 일들과 문제들을 쳐내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그만 뒤돌아보고 집중하자.


지금의 내가 처한 현실은 인생의 가장 큰 판단 착오로 생긴 일이라 쓰라리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만나 평생 할 효도 학교 가기 전에 다 한다는 말처럼 복한 순간들을 선물 받았으니 보상받은 걸로 하자.


다짐하며 하루하루 일분일초를 보내기로 했다.

지금은 결혼도... 다시 시작한 회사도 벗어날 수가 없으니 받아들이기로.

60이 되어가는 10년 후엔 각자 독립한 아이들, 그리고 독립한 나를 그려보며.



2024 가을

난폭했던 폭염을 견디고 추워질 듯 추워지지 않는 가을, 나무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물들이고 떨어뜨리고 있다.

단풍. 낙엽.

낙엽이 반가우면서도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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