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지킬 수 있을까

by 레이지제스트

24년 마지막 달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제발 '지금이 바닥이길'을 바라며 버틴 시간들이어서 새해가 된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바랐다.

한 달만 버티면 나는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나이가 들 수록 편안하고 평온하기를 기대하며 살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 그리고 모습을 알 수 없었지만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환경.

외부와 내부 환경이라고 한다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임이 틀림없다.


누가 약속해 준 것도 아니고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새해의 매직을 바라며 내부 환경이 짠~하고 나아지길 바라며 12월을 맞이했다.


멀리 있는 동생을 5년 만에 만나러 가시는 부모님의 장거리 여정 준비에 마음을 쓰느라, 익숙하지 않은 일을 쑥대밭이 된 마음을 추스르며 시작하느라 내 안의 에너지가 다 소멸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두통약을 복용하고 일찍 잠들어야겠다 생각했던 날.

입국신고서를 미리 챙겨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흩어진 에너지 조각들을 겨우 끌어모으며 버티고 있는데

딸이 와서 "엄마, 비상계엄이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순간 나의 머리는 멈추었다.

이번 역사 시험 범위에 포함되어 물어본 건가?

"... 비상계엄이면 군사가 통제하고... 왜?"

"지금 대통령이 비상계염령 내렸대요!"

...


비현실적인 뉴스를 생중계로 보면서, 마치 살얼음판에 갑자기 서 있는 듯한 떨림을 느꼈다.

뜬 눈으로 밤을 보내면서 일상은 피곤함과 스트레스로 무너졌고,

이번 달이 지나면 나의 시간은 평온함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바람은 무참히 짓밟혔다.


나의 작은 세상을 갑자기 주사위 굴리 듯 굴려 아수라장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놀이로 자주 하던 젠가.

조심조심 쌓아올리는데는 시간도 노력의 에너지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무너뜨리는 건 손끝 하나로 툭 치면 가능하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도 경청하고, 의견을 얘기하고, 협의하면서 합의를 해 나가는 것이라 배웠다.

모두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을 수 있으면 가장 최선이지만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배웠다.


그 배움은 다 어디로 증발해버린걸까.

그걸 아직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아이들은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걸 보고 있는데 그대로 받아들일까?


부끄럽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

나의 힘이 부족해서, 능력이 부족해서 괴롭다.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나는 여기에 속해 있었지.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아직 난 터널 속이었지.

난 이 터널에서 빨리 나가고 싶은데 같이 들어온 사람과 호흡이 맞지 않아서 탈출이 쉽지 않다.


그런데, 그 터널 끝 빛이 보이려나 희망을 가지려는데 안개가 자욱해졌다.

밖에 세상이 좋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나가도 해를 볼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인가.


아이를 키우면서 차곡차곡 쌓인 불안함과 미안함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나 혼자면 혼자 감당해 냈을 고통이 아이들에게 전달될까 봐 두렵다.


24년이라는 터널 끝에 빛을 기대하며 버텼는데, 이제 무엇을 찾아야 할까.

찾을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따뜻한 겨울 보내고 싶은데 세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