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먼지일 뿐인데

먼지로 존재하는 이유

by 레이지제스트


인간의 삶, 인생에 대해 막연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사춘기 시절엔 '나는 왜 존재하는 걸까?'에 대한 물음을 많이 던졌다.

존재하고 싶지 않은데 세상에 던져진 상황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물음.


살아가는 즐거움, 행복을 느끼는 찰나보다 혼란과 괴로움,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수없이 반복해서 놓이는 인생살이가 싫었다.


무사히(?) 사춘기를 지나온 것 같지만 깊숙하게 넣어둔 그 물음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해결은 못하지만 위기를 넘어갈 수 있었던 건 자연의 위로 덕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갈 용기는 없지만 늘 자연을 동경한다.

숲 속에서 나무들의 기운에 감탄하고,

한없이 반복해서 부서지는 파도를 품은 바다에 마음이 빠져들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빛을 드러내는 해의 오늘의 모습을 기대하고,

떠나가는 해가 보내주는 마지막 여운 빛에 가슴 몽글몽글 여운을 담아두는 걸 좋아한다.

어두운 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들과 매일 다른 모습과 다른 빛을 반사시켜 주는 달을 좋아한다.


결국 자연 속 우리는 한없이 힘없고 나약한 존재인 것을.

우주 속 작은 푸른 별, 그 안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먼지일 뿐인데...


무엇 때문에,

서로 위협하고 상처 주고 주어진 짧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가.


24년 12월.

우주 속 점 하나에 불과한 푸른 별.

그 안에 초미세한 점에 불과한 대한민국엔 두 가지 상반된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들에게 경고하겠다며 국민을 위협하고도 자신의 권한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국가의 수장.

그리고 첫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엄청난 상반된 결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시기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중 이런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울 일일까요?"

폭력성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세상에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한다.

문학의 힘, 글의 힘에서 의미를 찾으신 것 같다.

문학, 글과 가까이하지 않은 나도 이상하게 글의 힘에 이끌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자연이 주는 치유, 위로와는 다른 듯하지만 위로의 힘이 있다.


우주 속의 먼지.

한없이 보잘것없지만 한없이 파과적일 수도, 한없이 아름다울 수도 있는 먼지.


어떤 먼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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