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땅으로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

by 레이지제스트



나의 조부모님 네 분 중 가장 오래 계셨던 외할머니께서 어제 임종하셨다.


103세

다들 호상이라고 한다.

요즘 평균 나이 100세라고 하는데 실제 사례가 우리 할머니.


네 분의 조부모님 중 내 기억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할머니가 막상 돌아가셨다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뵙고 온 지 3년 정도 지났네.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뵈어야겠다 했지만 결국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이다.


할머니 인생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일제강점기, 전쟁 등 고난의 역사를 겪으셨고 가족사도 순탄하지 않았던 아픔도 있으신 걸 눈치로 알고 있다.


할머니와 많은 추억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제주도 할머니집에 친구들과 머물 정도로 편안하고 따뜻했고, 탈이 나면 손도 따주시고 만져주시던 손길,아직도 코끝에 기름 냄새가 맴도는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기름떡,

대학생 때 찢어진 청바지 입고 갔는데 밤사이 구멍 난 바지 춥게 입고 다닌다고 꿰매놓으신 에피소드까지



그리고...아픈 기억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신 모습

누군지 못 알아보시지만 내 이름 들으시면 놀러 오라고 하시던 목소리


차마 물어보기 조차 두려웠던 할머니의 통증

육체적 고통으로 소리 지르신다는 얘기만 들어도 두려웠다.


살아계신 동안은 제발 편안하게 지내시다 고통 없이 돌아기시길 기도했다.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

나와 가까웠던 이의 죽음, 마지막 인사하는 시간은 소중하면서도 견디기 힘들었다.

할머니의 딸, 엄마와 이별한 나의 엄마.

엄마가 할머니와 이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슬픔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슬픔이었다.


우리 할머니.

멀~리 있어 오지 못하고 마음만 함께 한 손자 빼고 모두 인사하러 온 손주들, 반가우셨지요?

사시는 동안 힘들었던 일, 슬픔 다 털어버리시고 행복했던 일, 할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 가득 안고 가시는 길 편안하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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