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 엄마는 처음이라
계획한 건 아니었다.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1도 안 해 봐서 사실 아직도 어색하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거도 아니고,
이왕 엄마가 됐으니 최고는 아니어도 나름 좋은 엄마는 되고 싶었다.
맛있는 거 만들어서 해 먹이는 데 흥미도 재능도 없어 그 부분은 부족한 거 인정.
대신 좋은 재료 사는 데는 진심이었고, 다행히 너희는 좋은 음식 해 먹이는데 진심인 엄마의 엄마를 만났으니.
오히려 좋았을 수도.
나는 너희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어.
어리지만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선택하고 주장하고,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땐 조율하는 걸 연습하게 하고 싶었어.
가장 간단한 건 메뉴 정하기.
연습이 된 건지 모르겠다.
매번 다른 메뉴를 말하는 두 아이 때문에 오히려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훈련을 내가 한 건지.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있었지.
1. 위험하지 않은 것
2. 예의 지킬 것
3. 더러운 건 안 됨
3번 규칙이 애매하긴 하지만 주변 정리를 잘해서 건강을 지켜야 한다... 뭐 그런 의도이긴 했다.
안전, 인성 챙겨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었다.
친구들 관계나 학교 생활기록부에 적힌 담임 선생님들의 코멘트를 보면 늘 뿌듯했다.
역시 나의 교육 철학은 바른 방향이라며.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보니 잘하고 있다고 믿었던 엄마 역할에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기 선택권을 너무 과하게 허용해서 이런 건가?
바운더리가 큰 울타리라고 자신했지만 울타리 밖에서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보니 자신들은 갇혀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영수 학원 안 다니고 태권도, 인라인, 음악, 미술 학원 다니며 놀게 해 준다고 자부했는데
그마저도 메이는 게 싫어서 안 하려고 한다.
나의 10여 년 자녀 교육이 잘 못 된 것인지,
리셋된다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엄마가 하는 건 다 싫어져서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너도 사춘기가 첨이라 모르겠지만
나도 엄마가 첨이라 모르겠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시기에 있는 너에게
엄마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신체는 대충 보이기라도 하는데,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거 맞니?
나랑 싸우는 게 성숙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