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찾는 시작
곧 50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마음은 여전히 30대 같은데, 이력서의 생년월일은 차갑게 현실을 일깨운다.
멋있게 나이 들고 싶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단단해지고, 더 여유로워지고, 더 지혜로워지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40대를 지나 50을 앞둔 지금,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어렵고 안정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내가 하는 분야에 최고가 되지도 못했고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착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다.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회가 요구하는 이정표를 하나씩 통과해 왔다.
그런데 왜일까?
마주한 현실은 경제적으로도 풍요롭지 못해서 매일 걱정하고,
경력도 내세우지 못하는 반복된 단절을 안고 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이력서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빈 공간이 더 많다.
결국 50을 앞두고 '다시 신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또다시 신입이 되었다.
야심 차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하겠다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내가 성공하겠다며 자진해서 퇴사했던 그때가 엊그제 같다.
가장 일을 많이 한다는, 안정기에 접어든다는 40대를 '경력단절' 기간으로 보냈다.
그때는 몰랐다. 2~3년이면 충분할 거라고, 금방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고, 나는 뒤처졌다. 아니, 정확히는 멈춰 있었다.
'멈춤'이 아니고 계속 무언가를 했는데 세상의 기준에선 멈춰 있었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숨을 고르고 방향을 찾으려 했던 시간이, 어느새 긴 공백이 되어버렸다.
길어지는 경력단절이라는 시간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갈 길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과 초조함, 자책과 후회가 뒤섞인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끝없는 질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제는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다음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려 한다.
더 이상 도망치지도, 회피하지도 않으려 한다.
실패했던 순간들, 포기했던 순간들, 좌절했던 순간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그 시간들이 비록 아팠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였으니까.
다시 원점, 경력이 아닌 신입
지금 다시 신입으로 시작하는 절박함 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고 있다.
과거에 일 잘한다고 자부했던 자신감 넘치는 자아. 그리고 현실 앞에서 무력해진 절박한 자아.
이 둘 사이의 간극이 때로는 고통스럽다.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자괴감과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글은 그 간극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기 위한 여정의 기록이다.
화려하지도 않고, 성공담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은 솔직한 이야기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려 발버둥 친 시간들.
완벽하지 않지만, 진실한 기록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혼자가 아니구나."
그런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이 글을 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실패자가 아니다.
똑같은 인생도 없고, 정해진 완벽한 인생의 답도 없다.
그 순간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고,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록이 나 자신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
하나의 기준에서 멈췄을 뿐, 나는 여전히 시작하고 도전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