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도전과 미래

제5구간/2024.9.21/5일 차

주천리-노치샘-수정봉-여원재-고남산-통안재-매요리마을(16.9km) 7시간 40분

<우중산행으로 종일 빗속을 거닐다>



밤사이 얼마나 많은 비가 퍼붓던지, 잠에서 깨었을 땐, 요란한 빗소리에, 오늘 산행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른 아침, 빗줄기는 여전히 내리고 있지만 무서운 기세로 퍼붓는 빗줄기가 아니기에, 우리 일행은 승형언니의 올케언니가 챙겨주시는 든든한 아침밥을 먹고 출근이라도 하듯 오빠의 차에 배낭을 싣고 노치마을까지 신세를 져야만 했다


백두대간 포도농장을 지나 노치마을에 도착하니 여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할 수 없으니 일기예보를 믿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7시 20분 조금씩 잦아지는 빗줄기에 산행을 시작해 본다

노치마을(공식적인 지역 명칭은 “가재”라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를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유명한 마을로 유명하며, 노치샘의 물맛도 마을의 이름만큼 유명한 곳이며 행정구역으로 주천과 운봉으로 나뉘어서 선거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으로 투표하러 간다고 한다



노치의 노는 갈대 노자로, 이 마을에 갈대가 많이 자라서 붙은 이름이라 불리며 갈대=갈재=가재로 변해서 현재의 공식적인 명칭인 가재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하는 산꾼들에게는 “노치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백두대간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이다



구름에 가리고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첫 봉우리인 수정봉을 향해 한발 한발 발걸음을 재촉한다

선두에선 오은선 대장은 거미줄을 걷어내며 4그루 소나무 보호수를 지나면서 이곳은 꼭 보고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소나무는 인고의 역사에 악착같이 버티어 온 한민족의 역사의 상징이기도, 하며 한국인의 정서와도 닮은듯하다



수정봉을 가기 위한 첫 봉우리인 덕운봉(745m)은 지도에는 표기되지 않은 봉우리로 노치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산이라고 하는 산꾼들도 있다

한 손엔 우산을 한 손엔 스틱으로 의지하며, 올라오니 수정봉에 도착하였다

수정봉은(804,7m) 운봉을 행정리와 이백면 양가리 경계에 있는 수려한 산으로 산 중턱에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쓰여있다



이제부터는 여원재 민박지를 향하여 걸어가야 하는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우리는 발걸음이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즈음 누가 봐도 민박지처럼 보이는 빨간 지붕이 보이고 백두대간 여원치 민박집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른 점심도(10시 33분) 먹을 겸 비도 피하고 잠시 쉬어가려고 들어갔는데, 역시 대간꾼들이 얼마나 많이 지나갔는지 한눈에 보였다

그때 주인 어르신께서 나오시고 그냥 쉴 수가 없는 관계로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는데 노련하신 어르신께서 막걸리 두병과 묵은지를 가지고 나오신다

역시 노련미와 장사의 신으로 내공이 깊으신 분임에 틀림없었다

행동식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또 고남산을 향하여 배낭을 꾸려 어르신께 인사를 남기며 발길을 옮겨본다



대간길을 걷다 보면 마을을 한 바퀴 돌아갈 때도 있어 마치 마을 뒷산을 걷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 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상을 만나려면 항상 힘든 오르막을 올라야 고남산(846.4m) 정상석을 만날 수 있으니,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유치재를 지났으니 매요마을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매요마을은 왠지 정겨움이 가득해 보였다

매요마을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을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산자분수령”은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않고 산이 곧 물을 나눈다는 의미로 백두대간은 마루금을 따라가는 것이라 절대 물을 건너면 되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비를 맞으며 매요마을까지 왔는지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세탁기를 보니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걸은 것도 잊은 채 내일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보일러도 적당히 온도를 올려 하루 종일 젖은 등산화와 옷도 말리니 뽀송뽀송한 발이 나를 반기듯 가벼워졌다



비록 우중산행으로 많은 조망은 볼 수 없었지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뜨겁지 않은 산길을 느리게 걷는 나에게 참 고마운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들


이병희



비가 내립니다

가을비입니다



마른나무들이 서걱거리던

산에도 모처럼 촉촉하게

젖어들었습니다



비를 내리고 있는 하늘은

잿빛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청춘의 시절엔

잿빛 하늘에 적절히 녹아들었습니다

이유 없는 청춘이 어디 있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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