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윤맘 Dec 20. 2021

엄마는 양다리

첫째와 둘째 사이 아슬아슬한 사랑

요즘 나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바로 첫째 딸과 둘째 아들에게 말이다. 오른손으론 둘째를 안아주고 왼손으로는 첫째를 쓰담해주는 건 일상이고 첫째가 TV 보느라 정신이 없을 때를 이용해 둘째에게 사랑해 라며 뽀뽀를 쪽 한다.


늘 양다리가 평화로운 건 아니다. 마가 자기만 바라봐주길 원하는 첫째와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는 둘째의 시간이 겹칠 때면 전쟁 전쟁 이런 전쟁이 없다. 재빠른 첫째는 내 품을 차지한 채 둘째가 못 오게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울기 밀기 엄마 가리기 등등. 7개월 둘째도 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엄마 품 속으로 들어오려 누나를 밀고 팔을 뻗고 엄마 다리를 붙잡는다.


누구 하나 편을 들거나 한 명만 안아주면 사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적당히 양손을 이용해 둘을 안아주거나 쓰다듬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첫째가 싫다고 한다면 그때는 이제 온갖 회유와 핑계를 대야 한다.

"어머머 동생 응까 쌌나 봐 잠깐만~"

"동생 너무 운다. 그러다 병원 가면 안 되니까 엄마가 조금만 안아줄게"


안 통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럼 엄마가 동생 아기띠로 업을게. 너는 엄마가 안아주면 되지?"

이 말은 곧 내가 아기띠로 8 킬로그램 아들을 업고 15 킬로그램 딸은 안아준다는 의미이다.

도합 23 킬로그램이다. 하지만 양다리를 걸치려면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 기꺼이 둘을 안고 업는다. 둘 다 만족한다. 나도 힘들긴 해도 둘 나에게 사랑을 공평하게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21. 12. 20

엄마 내 옆에서 자야 해!라고 당부하는 첫째 옆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잠든 걸 확인한 후 둘째 옆에 누운 채로

매거진의 이전글 놀이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