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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Oct 06. 2020

놀이터

3살 너와 36살 내가 함께 즐거운 그곳.

36살. 나는 매일 놀이터에 간다.


작은 놀이터와 그네 놀이터 두곳이나 왔다갔다 반복하며 논다. 딸과 함께.



우리 딸은 요즘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한다. 신발을 신고 마스크를 끼고 현관문을 두드린다. "그래 00아~ 나가자~ 잠깐만 엄마 옷 좀 입고. 기다려줘" 나의 멘트는 늘 한결같다. 편한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여름이 되면서 모자는 필수가 됐다.) 마스크도 쓴다. 코로나로 바뀐 일상이다. 유모차를 타고 나가는 날도 있고 그냥 걸어가는 날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딸은 크게 웃는다.

신났다.

발을 동동 구른다. 신났다는 표현이다.


엘리베이터에 있는 손소독제를 바르겠다고 한다. 한번 꾹 눌러서 주면 야무지게도 손을 비빈다. 1층 도착. 발걸음이 얼마나 빠른지(유모차를 안타는 날) 따라가기 바쁘다. 집앞 있는 잔디를 보며 또 딸은 크게 웃는다. 짹짹이를 찾고 개미를 찾고 지나가는 사람을 유심히 쳐다본다.


"00아 이쪽으로 와~ 놀이터 가야지~" 나의 멘트는 또 똑같다. 놀이터로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이제 놀이터 가는 길을 익힌 거 같다. 손을 빼더니 앞장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내 다리를 붙잡는다. 어김없이 개미를 봤거나 파리를 본 것이다. 놀이터에 도착하면 정해진 코스가 있다. 미끄럼틀에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서 "찍~찍~" 이러면서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사진을 찍으라는 의미다. 귀엽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면 제법 포즈도 취한다. 이제 본격적인 놀이터 놀이시간.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정글짐을 걷는다. 중간에 다리 모양에서는 꼭 통통 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잇감도 만지고, 강아지와 고양이, 쥐 그림이 있는 미로도 가지고 논다. 미끄럼틀을 탈때도 바로 타는 법이 없다. 앉아서 발을 통통 거리고 하늘 한번 보고 쭉 내려온다. 일부러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내려오기도 한다. 개구쟁이. 놀이터에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를 유심히 쳐다본다. 본인보다 어린 아기들엔 관심이 없고 본인보다 큰 언니오빠나 또래에게 관심을 보인다.


한참을 미끄럼틀 놀이터에서 놀고 나면 이제 그네 놀이터로 갈 시간. 그네놀이터에서는 그네를 아주 열심히 탄다. 하늘도 보고 아파트 1009동을 보면서 "일~일~" 이런다. 그런 후 걸음을 옮기는데 백이면 백 돌맹이를 주우러 간다. 예쁘게 생긴 흰색 돌맹이를 이리저리 만지고 조형물 속 글귀를 읽어달라고 한다. 어느덧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긴다. 배가 고픈지 우유 까까를 찾는다. 가방엔 늘 우유와 까까 물을 준비해둔다. 야무지게 쪽쪽 빨아 먹더니 이제 집에 가려는 눈치다.


나는 딸을 번쩍 안아서 집으로 향한다. 머리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마저 예쁘고 사랑스럽다. 나는 뽀뽀를 쪽 해준다. 딸은 나에게 폭 안긴다. 딸과 나의 놀이터이다.


2020.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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