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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Jan 06. 2022

긴긴밤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밤은 길어진다

길다. 참으로 긴 밤이다.

아픈 아이를 간호하는 밤은 참 긴 밤이다.

아픈 이유가 다 나 때문인 듯하여 자책하는 밤은 참 긴 밤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기도하는 밤은 참 긴 밤이다.

아플 수도, 아파서도 안 되는 엄마의 밤은 참 긴 밤이다.


둘째가 일주일째 중이염을 앓고 있다. 첫째의 감기가 7개월 둘째에게 옮았다.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고 약을 먹였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니 중이염이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우리 둘째의 귀속을 비추는 내시경을 봐도 문제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귀 안은 붉게 부어있었다.


나에게 중이염은 정말 생소한 질환이다. 첫째는 물론 나도 한번 앓아본 적 없는 병이다. 얼마나 귀가 아프고 답답하고 먹먹할까.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출렁이고 눈물이 난다.


아이가 아프니 나의 밤은 길어졌다.

자다가 자주 깨는 아이를 토닥이고

혹시나 열이 나지 않을까 자다가 이마 한번 짚어보게 되고

어떻게 해야 아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인터넷 정보를 샅샅이 뒤져야 하고

낮동안 하지 못한 집안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밤은 늦도록 기도로 채워지고 기도로 길어진다.


병원에 더 자주 못 가본 나를 자책을 했다가 왜 나는 아이가 아픈 걸 몰랐을까 반성을 하다가 고작 중이염으로 너무 과하게 생각하나 진지해지기도 하고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위로도 하다 보니 밤이 참 길어진다.


아가야

이 세상 모든 아가들아

아프지 마렴

긴 긴 밤 아프지 않고 단잠 자며 건강하게만 자라주렴

엄마의 긴밤은 너희를 위한 밤

길고 긴 밤


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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