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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Dec 28. 2021

내가 질투하고 시기하는 이들

재능이 없는 나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늘 부러웠다.


내가 기억하는 제일 먼저 부러워했던 글쓴이는 이동진 작가다. 2008년 내가 인터넷 신문사에서 일할 때였나. 당시 나는 영화, 연예인 등 기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우연히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이동진 작가가 배우 김혜수를 인터뷰하고 쓴 기사를 보게 됐다.


감탄이 터졌다. 와 기사 정말 좋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읊조렸다. 기사 안에는 김혜수의 연기 인생부터 앞으로의 계획, 또 현재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내용 등이 알차게 담겨있었다. 길지 않은 기사였음에도 모든 것이 꽉 차서 다른 정보를 찾지 않아도 이 기사 하나만으로도 다 채워졌다.


이후 내가 부러워하고 동경한 글쓴이는 김형경 작가다. 엄마가 김형경 작가의 책을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는데, 사람의 심리문제를 소설로 풀어내 동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내 마음에 들어온 한 문장이 있었으니 "그때 내 안에는 물로 만들어진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툭 치면 계속 눈물이 났다"라는 표현이었다. 어쩜 이런 문장을 썼을까 감탄을 하며,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과학자보다 소설가가 더 대단한 발명가이자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자 생활을 하며 만난 동료와 후배, 선배들을 부러워하며 나에게 없는 재능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특히 J신문사에서 만났던 후배 H. 그녀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뭐 일단 좋은 대학교의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기에 기본기가 탄탄한 것은 물론이고 기사의 리드를 잘 뽑았다. 나는 리드를 잘 뽑는 건 재능이 어느 정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모든 글을 압축해서 한 문장(리드)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H는 기사 쓰는 것도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가 힘들다고 했다. 나는 인터뷰는 어렵지 않았으기사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기본기 없이 그저 현장에서 우당탕탕 배운 글쓰기라 리드는 말할 것도 없이 엉망이고 어법과 맞춤법도 틀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H는 기본기가 단단했다. 그러니 기사 쓰는 시간도 훨씬 덜 걸리고 완성도도 높았다.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후배 H와는 관계가 참 좋았기에 지금까지도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고마운 녀석.


C신문사에서 만난 선배 L. 데스크였던 L 선배는 기사 속 한 문장 한 문장에 낭비가 없이 쓰는 능력이 부러웠다. 또 그녀의 데스크 능력도. 아무리 완벽하게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고 생각해도 데스킹을 받으면 늘 부족한 팩트가 있었다. 그녀는 "이 기사를 읽고 독자가 궁금한 게 하나도 없어야 해. 특히 문장 안에서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으면서도 짧아야 해. 그런데 니 기사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정보가 없고 중언부언하기 때문이야"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했다. 아무리 열심히 취재를 하고, 인터뷰이와 친분을 쌓으면 뭐하나. 기사 속에 알맹이가 없는걸. 당시 L 선배에게 지적을 받고 혼날 땐 정말 반감도 들고 뭐가 문제인 건지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기사 쓰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시금 감사하다.


그 외에 내가 갖지 못한 능력과 실력을 부러워하던 이들이 한둘일까.

K신문사에서 만났던 예쁘고 능력 있는 후배들, C신문사에서 일을 배우던 인턴기자들, 하물며 미팅을 하며 정보를 나누고 대화를 하던 홍보대행사 직원들도 내겐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 마음이 재능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나에게 10년을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재능은 없었어도 나는 나의 일, 나의 기자생활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보람되고 기쁨이고 나 자체였다. 그러니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기를.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기를.


21. 12. 28.

브런치에 올라온 작가들의 글을 보며 다시금 질투하는 나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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