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말을 하네요
-말의 힘-
혁신학교 운영의 결과는 놀랍다. 기적이라 할 만큼 학생과 학부모가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주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노력이 컸고, 학부모들의 헌신적인 협력, 아이들의 주인의식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는 학생자치회에서 생활규정을 자치적으로 지켜보려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4월부터 학생들은 '말의 힘 프로젝트' 활동을 했다. 또래에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에 서투르고, 일상언어가 거칠어 장난으로 시작했으나, 상처받고, 갈등의 요인이 되는 점을 감안하여 말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활동이었다.
자치회 부서별로 매일 아침 교문에서‘말’의 중요성 피켓팅 캠페인을 하고, 마무리로 열흘간 밥 실험을 하기로 했다.
교무실 포함 각 교실에 밥을 두 그릇씩 배부하여 한 그릇엔 긍정적인 말을, 한 그릇엔 부정적인 말을 써 붙이고 매일 아이들이 돌아가며 말을 하게 했다.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아침에 '말의 힘'. 동영상을 몇 차례 보여줬다. 결과는 놀라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진지하게 참여 여부에 따라, 반마다 곰팡이 색깔이 다 다른 것은 물론이고, 긍정적인 말을 붙인 밥에는 희고 노란 예쁜 곰팡이가 피거나, 밥이 빨리 썩지 않았다. 반면 부정적인 말의. 밥에는 시커멓고 뻘건 곰팡이가 피었다.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차이가 나게 관리한 반의 밥은 뚜렷한 차이가 나지만 그냥 방치 한 반의 모양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1학년의 경우 아이들의 장난을 막기 위해 밥그릇에 유리테이프를 감았는데, 1학년 밥의 변화가 적고, 뚜껑을 열어서 직접 말을 한 경우 변화가 컸다.
똑같은 그릇에 똑같은 밥을 넣고 똑같은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넣었는데. 결과가 다르다는 걸 아이들이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1주일 후에 결과를 현관에 전시하여 학생들이 직접 보게 하고 가장 선명한 차이를 보인 학급은 상도 줬다. 마무리로 감상문을 쓰게 했는데 아이들은 “말이 이렇게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평소에 친구들에게 장난으로라도 한 말이 마음의 큰 상처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말을 조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고운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라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가지 더 놀란 사실은, 아이들의 교실에 둔 밥은 모두 곰팡이가 피었는데, 같은 기간 교무실에 둔 밥은 두 밥 모두 상태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무실은 큰 소리를 내거나 욕설 갈등이 전혀 없어 밥의 입장에서는 청정구역이었던 모양이다. 확인을 위해 쉬는 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어 보았다. 아이들이 전혀 싸우지 않는데도 35명 교실은 소리 공해로 견딜 수 없었다.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아이들 노력으로 될 부분은 아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친구를 부르고, 엉켜 장난을 치고, 대화를 하고 책을 빌리고, 체육복을 빌리고, 좋아하는 친구와 잡기 놀이를 하는 극히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통으로 들으니 기함 괴성 그 자체로 귀를 막고 싶었다. 그 많은 아이들을 수면제를 먹여 재우지 않는 이상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30명이 넘는 교실은 학급당 인원이 너무 많다. 마치 물고기를 한 수조에 가득 담아 놓으면 서로 생채기를 내서 항생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학급당 정원이 20명 이하가 되어 움직임 만으로 생채기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싶다. 빠진 것이 하나 더 있다. 전문가의 조언인데, 그릇에 아무 말도 안 쓰고, 관심을 주지 않는 밥 한 그릇을 더 만들면 그 결과는 더 참혹하다고 한다. 욕보다 못한 것이 무관심이이다.
학생회가 주체했지만 어른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곳곳에 필요했다. 그릇을 사다 주고 챙겨주신 행정사님, 밥을 챙겨주신 영양사님,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 행사에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하였던 학생부 선생님은 학생들을 수련회 보내고 난 뒤, 마지막까지 상한 밥그릇 50여 개를 일일이 정리하고 직접 그릇을 씻었다.
“학생회가 정리하라고 하시지 직접 하세요?”
“상한 밥이라 아이들이 처리하는 것은 위생상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
한 아이가 온전히 자라기 위해 정녕 온 학교와 마을의 정성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