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서로를 이용하는가
음식이든 뭐든 특별한 골목이 존재한다. 춘천에는 닭갈비 골목이 있고 이문동에는 곱창골목이 있으며 제기동에는 약재상가가 있다. 왜 이들은 비슷한 물건을 팔면서 모여있을까? 바로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유사한 물건이 한 군데 모여있으면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고 이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런 법칙은 미술에서도 적용된다. 북촌에 몰려있는 갤러리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에 영향을 받아 유사한 전시가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작품 판매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성수동에서는 4월 19일 부터 신한카드와 AML에서 주도하는 아트페어 <더프리뷰성수>가 개최된다. 신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더프리뷰성수>는 많은 컬렉터들이 모여드는 행사다. 이는 곧 성수 지역애 1주일간 많은 컬렉터들이 몰린다는 말이다.
이에 맞춰 성수동 서울 숲 앞에 위치한 D뮤지엄은 뮤지엄 샵을 구성했다. 아트페어 1주일 전인 4월 13일 새로운 전시를 오픈한 D뮤지엄의 뮤지엄샵은 전시 굿즈가 아니라 작가들의 공예품과 작품 판매로 뮤지엄샵을 구성했다. 작품 판매가 이뤄지는 뮤지엄 샵은 마치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의 부스처럼 가격표와 작가 이름이 붙어져 있다.
판매되는 작가의 라인업 또한 <더프리뷰성수>의 분위기와 적합한 작가들이다. 젊고 키치한 느낌의 작품이 판매가 이뤄진다. 다만 D뮤지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던 전시의 스타일과 유사한 작가로 구성되어 장소에 대한 이질감은 들지 않는다.
페어와 유사한 시기에 변형된 뮤지엄 샵이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작품을 구매한다. 기존 갤러리의 경우 큐레이터나 직원에게 말을 걸어서 작품을 구매하지만 D뮤지엄은 약간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D뮤지엄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뮤지엄샵에 비치되어있는 구매표를 작성하고 이를 카운터에 제출하여 작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마치 이케아에서 가구를 고르는 듯한 해당 방식은 저렴한 가격대의 키치한 작품들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우 적합한 방식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아트페어라는 행사에 맞춰서 작품 판매를 진행하는 일은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다. 상업적인 분석을 금기시하는 듯한 미술계의 분위기가 존재하지만 마치 곱창골목처럼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여 손님을 유치하려는 미술관들의 노력이 드러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