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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임색 선글라스 Jun 28. 2023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산책

유행은 이제 지쳐버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0년 개관했던 실감 영상관은 신선한 시도였다. 당시 새롭게 시도되는 영상 설치 방법 중 하나였던 파노라마 영상이 뮤지엄이라는 공간에 설치되었으며 좋은 반응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미디어 파노라마를 비롯한 실감형 영상설치는 너무나 흔해졌다. 국내에서 미디어를 이용한 전시의 1인자로 불리는 디스트릭트(d’strict)가 2011년 일산 킨텍스에 실감형 미디어를 이용해 만든 공간 Live Park와 2020년 제주도에 건설한 아르떼 뮤지엄을 시작으로 여러 공간에서 실감형 미디어 전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2021년에는 기독교 계열 뮤지엄인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이 실감형 미디어전시를 진행할 정도였다. 너무나 많은 공간들이 미디어 전시를 사용했으며 남발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비판은 4월 13일 부터 5월 14일 부터 D뮤지엄에서 진행되는 전시 <SPRING BREEZE 기분 좋은 산책>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기분 좋은 산책이라는 모티브를 내걸고 실감형 미디어 작품을 전시한 이번 전시는 아쉬움이 많았다. 우선 작품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실감형 미디어 작품에서 가장 크게 비판받을 수 있는 요소인 영상 작업의 퀄리티 면에서는 다행히 비판을 피해 갈 수 있다. 그러나 전시의 구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실감형 미디어 전시의 경우 관람객에게 압도감을 주는 동시에 스토리가 존재하는 여타 영상과 달리 짧은 관람시간을 소모시킨다. 단 두 개의 실감형 미디어 작품만이 전시된 이번 전시는 D뮤지엄의 한 층만 사용한 전시임을 감안해도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서울 숲에 산책을 나온 방문객들의 가벼운 관람을 목적으로 기획된 전시면서 ‘기분 좋은 산책’을 표방하지만 산책을 할 정도의 거리가 보장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실감형 미디어로만 이뤄진 전시의 기획의 난이도가 너무나 높다는 점이 존재한다. 영상만큼이나 사운드의 존재감이 큰 실감형 미디어 전시는 작품 간의 사운드 간섭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는 방음시설이나 작품 간의 물리적 거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짧은 거리에 두 작품을 위치시킨 이번 전시는 작품과 작품 사이 공간에서 서로의 소리기 섞이는 현상이 아쉬웠다.


  이제 실감형 미디어 전시가 마냥 신기한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더 높은 퀄리티의 미디어를 원하고, 이를 잘 정리한 전시를 원한다. 이제 뮤지엄들은 ‘새롭지 않은 산책‘이 아니라 잘 꾸민 전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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