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몰래 새벽을 여는 어머니의 발걸음
가족 몰래 새벽을 여는
어머니의 발걸음처럼
아침이 뒤꿈치를 들고
어둠의 쪽문을 연다
계곡마다 자갈 씻는 소리
쌀뜨물 같은 안개가 호수를 덮고
어제의 노을을 담은 하늘이
오늘의 불씨를 밝힌다
부지런한 억새 부채질에
밤의 뚜껑이 걷히고
막 뜸이 든 흰쌀밥 위로
서리태 같은
물새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내가 살았던 습지는 수도 없이 물안개가 자주 찾아오는 곳이었다. 그 안개는 잠을 덜 깬 호수와 주변 습지를 포근한 이불로 감싸고, 아직 더 자도 된다고 토닥이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나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지친 몸으로 고향에 돌아가 모처럼 늦게까지 마음 놓고 늦잠이라도 자고 싶은 날이면, 나는 아침 호수를 보려고 새벽에 일어나곤 했다. 어둠이 안개에 스며들어 밤의 기운이 다하고 뜸이 드는 시간만큼 시나브로 잠에서 깨면, 코끝에 다가오는 안개의 달콤함이 아침을 준비한 어머니의 사랑처럼 다가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