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될지 고민이 되는 낡은 구두를 보며
아인
토방 끝 시렁 위
검은 비닐에 갇힌
아비의 낡은 구두를 본다
숨어 사는 비밀을 알아내고는
아비만큼 늙은 구두의 주름을
곱게 곱게 지운다
늦으막에 술 한잔 걸친 아빈
끝내 고맙다는 말은 못 하고
생전 해보지도 않은 일처럼
서투르게 서투르게
아이 앞을 서성인다
장날에 한 번
동네잔치에 한 번
신던 그 구두를 신고
국민학교 5학년쯤으로 기억한다. 집엔 구두가 딱 한 켤레 있었다. 그것도 낡을 대로 낡아서 주름이 겹쳐진 곳은 해져 바람이 통했고, 뒤축은 구멍 난 틈 사이로 작은 돌이 들어가 걸을 때마다 "딸깍딸깍"소리를 내곤 했었다. 그 구두는 항상 검은 비닐에 묶여 시렁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나는 어른의 구두를 신어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었다.
아버지의 구두를 보고 눈물이 났었다. 어렸지만 아버지의 무게가 느껴졌었다.
그때 꼬맹이인 내가 구두를 잘 닦았으리 만무하지만 아마도 아버진 많이 좋아하신 것 같았다. 시에서 처럼 장날에 한 번 동네잔치에 한 번 신을까 말까 하는 그 구두를 신고 아들 앞을 서성인 것을 보면 말이다. 아버지의 서툰 사랑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