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호 Dec 21. 2016

크리스마스 전야

크리스마스 전야



늦은 시간이었다

눈발이 길을 지우는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짜장면 가게 주인이 기름때 묻은 앞치마를 풀 때쯤

한 사내가 아이의 손목을 잡고 들어섰다

아이는 숨은 헐떡거렸다

사낸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장면 한 그릇을 시켰다

주방장은 말없이 앞치마를 다시 둘렀고

창밖을 쳐다보는 사내의 입가엔

마시다만 막걸리 냄새가 났다




눈 내린 크리스마스이브.

일용직 노동을 마친 아비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나간다.

몇 군데 불 꺼진 중국식당을 지나 가까스로 다다른 짜장면집

지갑이 가벼운 아빈 짜장면 한 그릇을 시키고 아이의 눈을 피하려고 창밖을 본다.

과거 가난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운 날이다.


이전 27화 고향 밤하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