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볼 때마다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신에게 소리를 빼앗긴 절망의 순간
피아노 다리를 잘라 진동을 발견하기까지
열 손가락 피가 나도록 두드리고 두드려
감각의 극치를 넘어선 베토벤처럼
미치도록 싱싱한 심장을 다시 갖기 위해
절망이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음을 알기 위해
처절한 희망이 될 때까지
절망이란 건반을 미치도록 두드려 보고 싶다
피아노를 볼 때마다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9번 교향곡 합창'
이 곡은 베토벤의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을 때 작곡된 곡이다. 아마도 베토벤은 들리지 않는 소리에 절망하고 미치도록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을 것이다. 그러다 건반 위로 튀어 오르는 먼지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그 진동을 최대한 잘 알아내기 위해 피아노 다리를 잘랐을 것이다.
삶 중에 언제든 절망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싱싱한 심장을 갖는 일이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