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홀로 밤바다를 거닐다

by 이철호

밤바다




신의 눈을 피한

운명 같은 숨바꼭질

성급한 입술과 입술


그때마다 바다의 신은 허리를 붙잡고

긴 창으로 파도를 찔렀다


안타까운 입술과 입술

울며불며 끌려가는 바다

맨몸으로 누운 채

말없이 우는 백사장


어김없이 지는

연하디 연한 짐승의

피 냄새가 처절하게 들려온다





인적 없는 밤바다

썰물의 시간이 되면 바다는 달이 당기는 힘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한 번 밀려나면 온 힘을 다해 파도로 다가오고, 또 한 번 밀려나면 또다시 파도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달의 인력을 피해 해변으로 다가오지만 그때마다 힘에 지고 마는 바다

그 절박함이 만드는 백사장과의 입맞춤이 파도소리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긴 창에 찔려 질질 끌려가는 바다의 피 냄새가 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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