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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Aug 12. 2016

달팽이

달팽이



풀잎 한 장

기어가는데 반나절


풀잎 한 장

뒤집는데 한나절


제 몸보다 큰 집을 지고

온몸으로 밀어 한 걸음 


속도를 늦추는 무게

그 무게로 지탱되는 삶


사는 것은 오직

무게만큼

안으로 크는 것





느리다는 것. 인간세상에서 그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시간을 지배하고 시간을 잘 관리하는 자들이 성공의 대열에 서서 타인의 삶을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삶이 진정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인가는 동의하기 힘들다.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무게는 우리를 성숙하게 하기 때문이다. 

달팽이 집의 무게는 시간을 지연시킨다. 세상을 잘 모르는 치기 어린 젊은이들에게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달팽이에게서 패각을 떼어낸다면 달팽이는 죽고 만다.

패각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단련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헤쳐나갈 단단한 육체적, 정신적 근육을 만들어 진솔한 삶의 가치로 천천히 한 발씩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달팽이는 그 무게의 가치를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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