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동안 콩 터지는 소리 멈추고
저녁을 재촉하는 가마귀 울음소리
산 그림자 저수지를 건너면
누렁 소가 긴 울음을 운다
넘어가던 해는 소울음에 잡혀
산부리에 노을을 걸어 놓고 쉰다
어둠도 빛깔에 취해
저만치 서서 구경한다
늙은 부부 그림자 뒤로
하루치 인생의
황혼이 붉다
내 살던 고향에는 저수지 위로 콩밭들이 많이 있었다.
이때쯤이면 콩들이 잘 여물어 콩깍지가 터지는 시기라 부지런히 수확을 해야 한다.
한낮의 더위도 잊은 채, 노부부의 콩 수확은 해가 저물 무렵까지 이어진다.
저수지 둑에 메어둔 황소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긴 소울음을 낸다.
그제야 부랴부랴 수확한 콩들을 달구지에 싣고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저수지를 내려오는 노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