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by 이철호

황혼



한낮 동안 콩 터지는 소리 멈추고

저녁을 재촉하는 가마귀 울음소리

산 그림자 저수지를 건너면

누렁 소가 긴 울음을 운다


넘어가던 해는 소울음에 잡혀

산부리에 노을을 걸어 놓고 쉰다

어둠도 빛깔에 취해

저만치 서서 구경한다


늙은 부부 그림자 뒤로

하루치 인생의

황혼이 붉다




내 살던 고향에는 저수지 위로 콩밭들이 많이 있었다.

이때쯤이면 콩들이 잘 여물어 콩깍지가 터지는 시기라 부지런히 수확을 해야 한다.

한낮의 더위도 잊은 채, 노부부의 콩 수확은 해가 저물 무렵까지 이어진다.

저수지 둑에 메어둔 황소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긴 소울음을 낸다.

그제야 부랴부랴 수확한 콩들을 달구지에 싣고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저수지를 내려오는 노부부



작가의 이전글늙은 벗의 독좌경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