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이 하도 밝아 쪽문을 열고 보니
댓돌 위에 고무신 하얀 이불에 덮여 있고
어머닌 마당에 나가 쌀알 같은 눈을 퍼 담으신다
나는 누렁이를 앞세워 우물까지 길을 내고
겨울 동치미 같은 물 한 양동이를 길러온다
그때쯤이면
아까 주워 담은 하얀 눈이
굴뚝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제대로 된 눈 구경이 아쉬운 마음에, 눈이 많이 내렸던 고향의 아침을 그려본다.
동창이 환해질 만큼 많은 눈이 오면, 어머닌 마당으로 나가 눈을 큰 솥 가득 담아 식구들 세숫물을 준비하셨다.
난 고샅길을 지나 공동우물까지 길을 내곤 식수로 쓸 물을 길어 왔었다. 그때쯤이면 큰 솥 가득 퍼 담았던 눈들이 하얗게 증발해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