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 <시간 관리>에 관하여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by 이철재
pexels-fecundap6-359989.jpg

책인감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일과 삶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열 번째 이야기. <시간 관리>에 관하여.



이미 많이 들어본 말이겠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저나 여러분, 회사 사장과 임원이나, 사원도, 자영업자도, 손님도 하루는 정확하게 24시간, 일 년은 365일 똑같은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개인마다 너무나 다릅니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시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회사 시설에 일하는 직원들은 거래처 사장 혹은 담당자와 미팅을 계획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너무 쉽게 취소하거나 미루는 직원이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약속 시간이 다가올 즈음에 시간을 미루거나 혹은 너무 바빠서 지금 나갈 수가 없다는 말로 쉽게 취소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 약속, 업무 약속을 쉽게 깨는 사람과는 어떤 일이든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는 신뢰와 태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뢰가 없고, 태도가 좋지 않은 사람과 어떻게 중요한 일을 맡기고, 일을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을까요? 신뢰가 있는 사람과는 어떤 어려운 일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문제가 생겨도 대부분을 잘 해결하거나 적어도 문제를 크게 만들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신뢰가 없는 사람과는 어떤 일도 함께하고 싶지 않습니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일을 온전히 맡길 수 없다는 것이고, 그만큼 제가 더 신경 쓰지 않으면 일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는 대체로 태도가 좋은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이 많은 직원은 짧은 시간 좋은 경우가 많지만, 태도가 좋은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좋은 태도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나의 시간뿐 아니라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게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할 때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나요?


하루 중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따로 있나요? 퇴근할 때까지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 시키거나 요청할 때 일을 시작하나요?


회사 일이나 개인 일을 하는데 집중력 있게 일을 마무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이란 얼마나 집중해서 하는가에 따라 들어가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앞서 일의 중요도와 시급성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는 시간 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은 하루 중 집중해서 일하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하루 중 일부라도 고정된 시간을 투자해서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하지 않고 긴급한 일’은 급하다는 요청에 매몰되어 그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긴급하지 않고 중요한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긴급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는 수준’에서 긴급한 일에 투자하길 바랍니다. 긴급한 일이라 해도 잘 들여다보면, 중요하지도 않아서 꼭 긴급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잘 구분하고, 기준을 잡지 않으면 하루 종일 의미 없는 일에 시달리다가 마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안 되겠죠? 무조건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 않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중요한 일을 하는 데에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하는 것이 좋겠죠. 때로는 어려운 일을 처리하다가 잠시 쉬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동료 중에는 자주 야근을 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저를 포함해서). 지금은 주간 52시간 제도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야근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사나 개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다면, 주간에 업무를 집중력 있게 하지 않아서인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 자체가 많다면 업무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 자신도 일하는 중에 불필요한 일(스마트폰 서핑, 담배, 커피 등)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도 봐야 하며, 일하는 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해서 일찍 끝낼 수 있는 일도 늦게까지 하는 건 아닌지 점검하고, 집중해서 일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오래전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인데,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이 있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jpg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입니다(너무 오래된 드라마지만 지금도 그 장면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드라마에서 강우석(박상원 역)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나오는데요. 매일 사건을 검토하느라 늦게까지 일하고, 지친 모습을 보이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사장(직책은 확실하진 않지만 배우는 조경환이었습니다)이 강우석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일이 많아서 매일 야근에 지친 강우석에게 ‘그 일들을 한 달 중 15일 안에 처리하라고, 그리고 남은 15일 동안 네가 하고 싶은 사건을 집중해서 해보라는 것’입니다. 그 장면이 내게 준 울림이 아주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하고 싶은 사건’은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 ‘내가 좋아하는 일’로 치환될 수 있겠죠. 물론 드라마가 극적 혹은 명료한 상황으로 만들었겠지만 내게는 정말 좋아하는, 중요한 일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집중해서 일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준 장면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본 후에 회사에 입사해서 ‘일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관해 고민하면서 그 드라마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곤 했습니다. 나도 가능하면 다른 일을 빨리 처리하고 중요한 일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이처럼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에 어떻게 시간을 배분해서 집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간 관리에서 ‘타인과의 약속’은 어떤가요? 회사나 자영업에서 시간 약속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저도 사실은 처음부터 시간 약속을 잘 지켰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개인적인 약속을 할 때면 도착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늦지 않을 시간에 출발하곤 하는데요, 때로는 버스나 지하철 갈아탈 때 시간이 안 맞아서, 차로 갈 때면 예상보다 차가 더 막혀서 등 다양한 핑계로 조금씩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혹 엇갈리면 어쩌는지 하는 생각에 20~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핸드폰이 생기면서 서로 도착 시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엇갈릴 경우는 안 생기고, 그 때문에 일찍 가는 것보다 제시간에 맞춰 가려하고 일찍 가는 게 손해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에서 약속하는 것은 어떨까요? 거래처와의 약속 시간이나 경쟁 프레젠테이션, 인터뷰 등에 늦게 가는 것은 괜찮을까요? 가게를 운영한다면 영업시간도 약속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럴 때도 개인과의 약속처럼 느긋하게 다니는 것은 아닌가요?

저는 회사 시절에는 국내 출장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항공, KTX 혹은 자가용을 이용해 갈 때면 항상 조금 더 일찍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비교적 먼 곳을 가면 1시간 일찍 도착하려 하고, 가까운 곳(서울/경기)은 30분 전에 도착하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거래처나 협력 관계 사람들을 만나는데 늦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혹 중간에 무슨 변수가 생길까(연착이나 도로 막힘) 걱정해서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끔 외부 강연을 하는데, 대부분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강의할 내용을 점검하고, 20분 전에 강의실로 향합니다. 저뿐 아니라 강의나 공연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강의나 공연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합니다. 강연이나 행사에 5분 늦는다는 것은 저의 그 5분에 참여한 사람 수만큼 시간 손해를 끼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과의 관계와 달리 비즈니스(회사나 자영업)에서의 시간 약속은 거래에서 기본 신뢰에 관한 것입니다. 기본 신뢰가 없는 사람과 중요한 거래나 협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말로 자신의 게으름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시기를 바랍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한 달, 일 년 그리고 3~10년 장기적인 관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시간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 보면 우리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놓치는 시간이나, 집중하지 않아서 놓치는 시간, 이동하거나, 준비하는 데서 놓치는 시간을 잘 살펴봤으면 합니다.

pexels-bentonphotocinema-1095601.jpg

이제 저의 시간 관리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동네책방이란 자영업을 하는 지금은 시간 관리를 세밀하게 하지 않는 편입니다. 회사 시절에는 주 5일 출퇴근 시간과 주말 시간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비교적 세밀하게 관리했지만, 지금은 책방을 영업하는 시간은 오후 1~9시이고, 영업시간 외에도 자영업의 특성상 일과 개인의 삶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제 나름의 시간 관리 방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회사 시절 출퇴근할 때, 광화문 사옥으로 출근할 때면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해서 7시 30분쯤 도착합니다.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걸어서(12분) 혹은 버스를 타고 이동 후에 지하철 4호선을 타고 18분, 5호선으로 갈아타서 7분 그리고 내려서 10분 정도 걸리는데요.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과 갈아타는 시간을 합치면 50분 정도가 걸립니다. 10년 정도는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졸거나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대부분 사람이 그렇겠지만 출근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출퇴근 길에 음악을 듣지는 않았지만, 출퇴근 길에 달리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10년 정도가 흐르고 나서, 나 자신을 위한 관리를 하면서 운동과 책 읽기를 시작했는데요. 책 읽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아침 출근길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복잡함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오히려 책 읽기에 더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안정된 지하철의 움직임은 한 손으로 책을 쥐고 읽기에 적당했으니까요. 대신 한 번에 오래 읽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체로 가벼운 주제의 책이나 챕터가 잘 나눠진 정보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2) 회사 시절 출장을 다닐 때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장은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책 읽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해외 출장으로 유럽이나 미국에 갈 때면 짐 속에는 여러 권의 책을 담기도 했습니다. 10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영화 한 편 정도 보고, 책 읽기 3~4시간, (현지 시각에 맞춰) 잠자는 3~4시간 정도를 배분하기도 했습니다(물론 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국내 출장을 운전하며 다닐 때는 이동시간에 할 수 있는 게 차에서 음악을 듣는 거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었습니다. 대신 국내 출장에서는 일하는 것 외에 짬을 내어 맛집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 정도를 했습니다. 사실 국내 출장에서는 시간을 따로 내기는 쉽지 않았죠. 저녁에도 거래처와 식사하며 술 한잔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3) 한참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독서 시간은 잠들기 전 11시 이후입니다. 저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라 생각하는데,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잠드는 시간이 새벽 1~2시인데요. 그래서 회사 시절에 책을 읽기에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밤 11시 이후였습니다. 온전히 제 시간이기 때문에 이때의 독서는 깊이 있는 내용의 책을 주로 읽곤 했습니다. 철학, 심리학, 역사 등 두께 압박이 있는 책을 주로 읽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본 -pexels-pixabay-279222.jpg

이처럼 책을 읽고, 저 스스로가 시간 관리를 통해 자기 관리를 하면서 업무 역량도 늘어나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계획 없이 시간을 아끼는 것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일상의 시간에서 무엇인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방 투어 이야기 _ 강원도 책방 7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