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마주하다.
처음 영어를 시작할 때는 그저 영어를 듣고 따라하는 것에만 열중했다. 꾸준히 훈련을 한 덕에 말을 조금씩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던 영어에 대한 고정관념들은 나를 계속 스트레스 상황에 가둬 두고 있었다. 당연히 영어로 말을 할 때마다 큰 부담에 시달리곤 했다. 되돌아보면 가장 문제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조차 스스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제인식을 못하고 있으니 무엇을 알아간다거나 고치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2012년 9월, 대학로의 한 횟집에서 영어 멘토 대장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들을 하소연 하듯이 모두 털어놨다. 대장은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각 고민이 시작되는 원인과 대안을 제시해 줬다. 대장이 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는 충격이었고 신세계였다. 물론 그 자리에서 들은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이해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극복해 가면 되는가에 대한 오랜 된 고민을 털어버리기엔 충분했다.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던 고정관념의 실체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시간 이후 책과 방송을 찾아보면서 고정관념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영어 멘토와도 영어학습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로 지속적인 대화 시간을 가졌다. 긴 시간 동안 각 주제들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정리하면서, 나의 새로운 영어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얘기들 중에는 그 자리에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었지만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들도 많았다. 25년을 차곡차곡 쌓아 왔던 수많은 고정관념을 단번에 버리기란 사실 불가능했다. 그 날의 주제에 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집에 와서는 쓰면서 정리해 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 각종 발표 등을 한국어로는 얼마나 잘 하고 있을까?”
“영어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스트레스들이 어쩌면 근본적으로 원인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나는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다. 실제로 아직도 모르는 사람과 말을 할 때면, 비록 한국어로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슴이 떨리고 말도 꼬이는 편이다. 그래서 되도록 만나기 전에 할 말을 준비해서 가고는 한다. 친한 사람 앞에서는 부담 없이 말하고 즐기지만 낯선 상황에서는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힘든 것이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는 어떤 상황에서건 무작정 ‘영어실력’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라고 판단하고 방황하거나 좌절하곤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고 난 이후에는 해당되는 현상을 이해하고 집중해 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영어와 관련해서는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영어에 대한 고정관념의 실체를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자신은 고정관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학교에서 최소한의 영어교육을 받았다면 조금씩이라고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영어에 관한 고민들은 그런 고정관념들 때문에 생긴 것들이 많습니다. 건강한 언어학습관을 가지지 못한 채 나도 모르게 키워 왔던 고정관념이 근본 원인이죠. 흔하게 볼 수 있는 영어울렁증 현상을 모두 ‘영어’ 그 자체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결국엔 방향을 잃고 방황을 하거나 큰 좌절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잘못된 고정관념의 실체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한 번에 모두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수십 년간 축적되어 온 고정관념의 무게가 너무 클 것입니다. 그래서 각 주제에 대해서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면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요.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고, 또 고민하고,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확신을 가지고 남에게 설명해 줄 정도의 체계가 잡히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되고, 더욱 효과적으로 학습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자체를 배우고 연습하고 익히는 것과는 별개로, 틈틈이 이런 고정관념의 실체에 대해서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