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울렁증의 원인은 단순히 '영어를 못해서?'

영어를 못해서 영어 울렁증이 생겼다고 믿어 왔던 나를 반성하다.

by 성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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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못해서 영어 울렁증이 생겼다고 믿어 왔던 나를 반성하다.


영어 울렁증은 나와 평생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일종의 친구였다. 영어를 전혀 못 할 때에는 외국인 있을 때 한 마디 꺼내는 것도 힘들었다.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지만 입 안에서만 맴돌고, 결국 우물쭈물 거리다가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고 결국 핑계를 마련해서 그 자리에서 도망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울렁증은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아무리 해도 없어지지 않았다. 배웠던 것을 활용해서 영어로 말을 하려고만 하면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면서 긴장되었다. 아직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도 했다. 혼자 있을 때면 얼마나 영어를 잘 해야지 울렁증이 없어지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자기연민에 빠지곤 했다. 앞이 안 보이는 싸움이었다.


지쳐 버린 마음은 영어를 포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 핑계를 찾게 만들기도 했다. 외국에서 살아 보지 않은 한국 사람이라면 영어울렁증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 봤다. 한국에서만 공부를 한 사람은 넘을 수 없는 무형의 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관점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영어울렁증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바라보고 나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오랜 숙제가 거짓말처럼 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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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활발하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남의 눈을 신경 쓰는 성격이여서 편한 자리가 아니면 낯선 한국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도 부담을 느낀다. 그러니 낯선 외국인과의 자리에서는 부담감의 크기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도 클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는 만큼 영어 실력은 조금씩 나아지게 되었지만, 외국인과의 대화 상황에서의 부담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영어를 지금보다 잘 하게 되면 이런 부담감은 없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알게 된 후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로도 낯선 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꺼려하고 말을 잘 못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영어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영어 외적인 부분에서 바뀌려고 했다.


사람들과 교류할 때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야’ 라고 스스로를 가두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서 얘기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말을 끝까지 잘 듣는 습관도 만들려고 노력했다. 딱 그 뿐이었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영어로 대화를 시도할 때에도 마음의 부담감이 훨씬 덜 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노력해 온 덕분에 영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말이 조금씩 늘어나면서도 영어울렁증은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영어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고 사람과 만나는 것이 편안해지니 영어를 구사능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말을 쓰지 못했던 과거와는 달리, 적어도 알고 있는 말은 좀 더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어로 얘기하면서 그 느낌이 찾아왔던 첫날의 설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편안함이란...





♣ 코치재원 TIP


영어 울렁증.

한국인에겐 너무 친숙한 말입니다.


흔히들 ‘저는 영어를 배운지가 10년이 넘어가는데 외국인 앞에서 한 마디도 못 하겠어요, 영어만 하려고 하면 긴장이 되서 말을 못 하겠어요’ 라고들 하는데 분명히 아는 말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HI" 이외에는 말도 못하고 가슴만 끙끙 앓다가 결국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쳐본 경험, 한두 번씩은 있을 겁니다. 집에 와서 이불 뒤집어 쓰고 ‘아 그때 이렇게 말했을 걸...’ 하는 생각하면서 엉뚱한 이불만 뻥뻥 걷어찬 경험들 해 보셨을 텐데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단순히 영어를 못해서일까요?


사실 영어 울렁증은 단순이 영어구사능력만 가지고 볼 현상은 아닙니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인데요.


우선 크게 두 가지만 생각해 봅시다. 아마 이 두 가지에 대한 인식만 개선되어도 영어로 말을 하고 외국 사람과 어울리는데 심적인 부담이 많이 덜어질 것입니다.



첫 번째, 한국적인 교류문화와 개개인의 성격이 어우러져서 만들어 내는 현상.


사실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 합니다. 딱히 대화를 나눌 주제도 없고 워낙 그런 문화에 익숙해져서 첫 자리부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면 의미를 이해하는 것 자체는 쉽겠지요. 하지만 누구와의 대화에서도 적절한 응대로 즐거운 대화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꽤 많은 훈련이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외국인은 우리가 평소에 흔하게 만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시도하지 않으면 1년에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지요. 문화적인 코드도 다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거리도 없는, 그야말로 ‘낯선 사람’ 입니다. 그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마세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긴장시키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지금 내가 뱉었던 표현이 문법적으로 맞는 것인가?’ 하는 일종의 강박관념까지 더해지니 정말로 영어로 말을 하는 데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보통은 활발하고 낯가림이 없는 사람들이 외국어를 상대적으로 빨리 습득하곤 합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과의 교류라는 측면에서는 하나도 다른 점이 없는데요. 누구를 만나도 부담 없이 접근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니까 영어울렁증이 덜 할 수밖에 없겠지요? 아는 말로 최대한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노력을 하니까, 말 실력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이고요.


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이런 생각을 꼭 잊지 말아 보세요.


‘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낯선 사람이니까 긴장되는 것도 있구나.’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 사고력과 언어구사능력과의 괴리감.


아마 낯선 말일 겁니다. 쉽게 풀어 봅시다. 사고능력은 교육을 받은 성인으로서 모자라지 않게 다들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적합한 언어구사능력이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풀어내려고 하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같은 상황에서 모국어인 한국어로는 길고 자세하게 말할 수 있는데 영어로 말할 때는 어휘력도 부족하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식표현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실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런 현실적 괴리감이 커서 영어울렁증을 심하게 겪고 있기도 합니다. 그 동안 주변에 쌓아 왔던 지성인으로서의 자부심(?) 때문에 못한다고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미 모국어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경험하면서 생긴 사고능력과 외국어를 사용할 때 느끼는 괴리감은 외국에서 몇 년간 공부하고 온 현직 외국어 강사들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현상입니다. 물론 실력이 향상되면 될수록 그 괴리감은 계속 줄어들기는 합니다.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어를 공부하고 연습해도 거의 평생을 따라 다니는 현상이니 너무 답답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계속 답답해 할 것이냐? 아니면 현상을 인정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것이냐?


그저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영어로 말할 때 조금 더 편안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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