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영어훈련 대상이 아닌 진짜 친구로 다가가자

외국 사람들과 어울릴 때 영어를 못한다고 기 죽어있던 나를 되돌아보다

by 성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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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과 어울릴 때 영어를 못한다고 기 죽어있던 나를 되돌아보다


영어를 훈련하는 데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과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모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여러 언어교환 모임들이 있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은 이태원이나 인사동과 같은 곳에서 외국인과 교류할 수 있다.


나는 적극적인 편이 아니라서 스스로 외국인과 교류할 기회를 찾지는 않았다. 영어 실력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을 만나면서 영어를 쓰는 것에 대한 효과를 많이 들어서인지 가끔씩 친구들이 외국인을 데리고 올 때 말을 붙여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국인 네 명이 외국인 한 명에게 쩔쩔매면서 영어를 쓰려고 했다. 마치 선생님 한 명이 여러 명의 학생을 데리고 다니는 분위기였다. 밥을 먹고 놀러 다니는 내내 우리도 불편했지만 외국인 친구도 그렇게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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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듣고 반성하는 면이 있었다. 나는 외국인을 만날 때 그들을 그저 영어를 구사하는 영어훈련 상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난 그들에게 당당하게 간단한 한국말과 문화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친구가 아닌 학생의 마음으로 다가갔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언어를 떠난 친구이지 자신을 영어훈련 상대로 보는 이들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여행을 갔을 때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배려 없는 영어 때문에 곤란을 겪는 적이 많았다. 특히 여럿이 대화하면 나는 같이 즐기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한국에 왔는데 똑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져서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내가 영어를 못 해서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한국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동방예의지국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하면서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한국에 있으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첫마디부터 영어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국에 왔으면 어느 정도의 한국말을 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들 앞에서 당당해 지면 그들도 바뀌지 않을까?


이후에는 실제로 외국인을 만날 때 당당해 지려고 했다. 상대방이 영어로 말해도 일단 난 당당하게 한국말로 말을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 보이던 외국인도 이내 미안하다고 자신이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했다. 그 상황에서 얘기하니 내가 영어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대화의 주체로써 이끌어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정말 영어훈련 대상이 아닌 친구가 되려고 했다.


나중에 그 외국인에게 다른 사람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데 넌 나를 친구로 대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이후 외국인에게 영어훈련 대상이 아닌, 진짜 친구로 다가서서 한국말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코치재원 TIP


외국인과 잘 교류하려면 그들을 영어훈련 대상이 아닌 진짜 친구로 다가서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영어를 못한다며 괜히 위축되어 다가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 한국 살면서 한국어 몇 마디도 못하냐는 식의 당당함이 꼭 필요합니다.


‘내가 어서 영어를 잘해서 그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해야지’가 아니라 그저 업무를 함께 하는 동료나 친한 친구이고, 그저 의사소통의 수단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해 준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영어로 한 마디라도 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당당해해야 합니다. 그들은 한국에 왔으면서도 한국어로 물건 하나 제대로 사지 못합니다. 그들 앞에서 그렇게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발음이나 유창하지 못한 자신의 영어실력 때문에 기가 죽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음이 아니고 대화의 기술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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