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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어와 호주영어 모두 새로 배워야 할까요?

영국영어와 호주영어 모두 새로 배우려고 하던 나를 마주하다

by 성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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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어와 호주영어 모두 새로 배우려고 하던 나를 마주하다


미드를 보거나 토익 듣기를 할 때 호주나 영국 등 우리가 흔히 배워왔던 미국표준발음이 아니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원래 잘 들리지 않던 영어가 더욱더 안 들려서 혼란에 빠졌다. 당장 지금 하는 미국 영어의 소리도 듣기 힘들었는데 이건 또 언제 배워야 하는지, 또 어떤 식으로 익혀야 하는지 힘이 빠졌다.


주변에 영국영어, 호주영어와 미국영어 중 어느 것을 배우는 것이 이득일까 고민하는 친구들도 봤다. 특히나 해외 어학연수 갈 때 그런 고민이 많아 보였었다. 이런저런 이득을 따지면서 나라를 선택하고 평가했다.


세계의 다양한 영어들은 발음, 어투, 그리고 심지어는 표현이나 단어도 다른 것이 있었다. 나중에 다시 배울 것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나중에 하나하나 다시 배워야 할지, 아니면 학원에 등록해서 다시 하나하나 배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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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았다. 내가 이제까지 들어왔던 것은 미국의 표준발음이기 때문에 다른 소리에 대한 익숙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말과 같이 영어도 지역에 따라서 억양이나 어휘나 표현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난 후에는 마음이 더 편해졌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었다.


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표준말을 배우고 나서 다시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등 각 지방의 말과 표현을 배우려고 학원에 가서 따로 배운다고 하면 뭔가 이상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 외국인이 나에게 고민상담을 한다면 일단 표준말부터 확실히 익히고 나중에 사투리를 쓰는 친구 한 두 명을 사귀거나 그런 종류의 영화를 많이 보라고 말해줄 것이다.


예전에 잠시 토익학원에 한 달 정도 다닐 때, 영국발음 호주발음도 이제 포함된다고 해서 또 공부할 게 늘었구나 하고 한숨이 나왔다. 미드를 볼 때도 표준 미국 발음에 벗어나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었다. 이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많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통해서 일단 하나의 기준점인 표준 영어를 익히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냥 다른 억양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실제로 미국여행을 갔을 때 LA나 샌디에고에서 강세도 없고 말도 엄청 빠른 스페인 영어를 쓰는 남미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뭐라고 하는지 단어로 겨우겨우 유추될 정도였다. 하지만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도 그런 사람들은 많이 마주하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세계에는 수많은 억양과 자신만의 말투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영어 고유의 리듬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 부분만 지켜준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해결될 문제였다.




♣ 코치재원 TIP


사실 좁고 좁은 우리나라 땅덩어리 안에도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제주도 사투리, 강원도 사투리, 서울 표준말 등이 존재하고 경상도 내에서도 부산과 대구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영어는 이미 세계적인 언어가 되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수 십 가지의 억양과 말투가 존재하고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그 모든 것을 다 배우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봅시다. 외국에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말을 배우려고 한다면 모든 사투리들을 다 배워야 하나요? 아닙니다. 표준말만 열심히 익힌 외국인도 지방 사람과 교류하면서 익숙해지면 아무 무리 없이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산 여자 두 명이 사투리를 쓰면서 빠르게 말을 이어간다면 과연 몇 명의 서울 사람들이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자신이 접해보지 않은 리듬과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도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알아듣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죠.


그리고 억양도 억양이지만 “너의 마음대로 해라 = 니 쪼대로 해라”처럼 몇몇 표현들은 전혀 다르게 쓰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욱 더 알아듣기가 힘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표준 영어로 익히는 것입니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영어의 리듬을 충분히 습득하고 그 실력을 어느 정도 쌓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다음에 다양한 지역의 영어를 들으면서 그 사람들의 리듬이나 표현들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지인들도 자신이 접해보지 못한 지역의 영어를 만나면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각 지방은 말이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의 큰 공통점은 있습니다. 점같이 이어지는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는 리듬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역마다 리듬과 억양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리듬을 타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고유의 리듬을 지켜주면서 말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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