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유 Jun 04. 2022

저는 저에게 PT를 받고 싶어요.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김채은 트레이너 (현)제주 퍼스트짐 중앙점 시니어-


 김채은 선생님은 내가 퍼스트짐에 등록하기 전 센터 인스타그램으로 먼저 보았는데 한눈에 반해 버렸다. 다름 아닌 선생님의 밝은 미소와 별명이 ‘비타민’이라는 것에 이 선생님은 회원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팡팡 주겠구나 생각했다. 내 예상과 맞게 채은 선생님은 내가 센터에 있는 동안 한결같이 밝은 미소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내가 선생님이 좋은 건, 처음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걸 꾸준히 지키고 가는 건 어렵거든요.

 채은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정말 진심으로 나오는 말이었다. 내 담당 트레이너는 아니었지만 나한테까지 이런 영향이 있는 걸 보면 채은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나 선생님의 긍정 에너지는 따라 가려고 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작은 체구에서 그것도 아침부터 어떻게 저런 텐션이 나올까? 참 연구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원고 작업을 위해 선생님께 인터뷰 요청을 하고, 처음으로 오롯이 둘만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센터에서 소소한 대화가 아닌 이제까지 들어볼 수 없었던 선생님의 생각과 트레이너, 김채은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환한 웃음 뒤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있었다. 여자 트레이너로서의 살아가는 방법은 어떠할지 선생님과 대화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보았다.


 채은 선생님의 운동하는 모습이나 수업하는 모습을 살짝 살짝 본 적이 있다. 자꾸 눈이 가는 건 선생님의 생기발랄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로 숫자를 세주고, 파이팅을 넣어주는데 덩달아 옆에서 운동하는 나까지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처음부터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한 줄 알았더니 첫 직업은 예상 밖의 수학 강사를 했다고 한다. 원래 수학 전공을 했던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학원 강사로 일했지만 점차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아는 수학과 그것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얽혀있는 문제와 답을 맞춰가는 그 과정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정해진 틀 안에서 가르쳐야 하는 현실 교육에 선생님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 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갖게 된 직업이 바로 트레이너이다. 평소 운동하던 헬스장에서 운동도 잘하고 밝은 모습에 트레이너 제안이 들어왔다. 그저 단순히 운동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막상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니 운동만 잘한다고, 잘 가르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 그 외에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상담, 청소, 매출, 교육 등 끝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럴 때마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생각을 하던 선생님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내며 찾아갔다. 내가 수업을 하려면 회원이 있어야 하고, 회원이 있으려면 매출을 해야 하고, 매출을 하려면 홍보를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통해 답을 찾은 선생님은 운동을 가르치는 일을 위해 다른 일들도 해야만 한다는 걸 인정하고 수업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다닌다.


모든 회원에게 맞는 운동을 알려주고 싶어요.


 선생님은 트레이너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트레이너가 되었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첫 직장은 신입 교육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스스로 수업을 해나가야 했다. 자신이 운동하던 방식 안에서만 가르치게 되어 첫 회원에게 미안한 생각밖에 안 든다고 한다. 수업을 할 때마다 속으로 ‘어떡하지?’ 생각만 하면서 회원에게 계속 “괜찮아요?”라고 질문만을 반복하고 괜찮은 수업 방법을 찾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아직까지는 회원의 몸에 맞는 운동을 가르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 방식을 가르치다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운동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목소리를 크게 해주면 파이팅을 넣어주는 일밖에 할 수가 없었다. 첫 직장에서 나오고 선생님은 전문적인 트레이너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는 물론 교육들을 받으며 다시 트레이너로서 처음부터 다지기 시작했다. 개인운동을 할 때도 수업에 연관 지어서 회원에 맞는 루틴을 짜고, 자신에게 적용 해보면서 점점 회원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갔다. 지난 시간 PT파일을 보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회원이 안 된 운동을 다시 복습하거나 특이사항과 목표에 맞게 수업 설정을 하며 이젠 회원 개개인의 특성을 알고 내가 아는 운동이 아닌 회원에게 맞는 운동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개인 운동도 마찬가지, 회원들 운동에서도 단 하나 “다치지 말자!” 이 생각으로 운동도 수업도 한다. 아직까지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은 한 번 빈혈이 있는 회원의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빈혈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서 아침밥을 먹지 않은 상태로 운동을 한 회원이 쓰러진 것이다. 깜짝 놀란 선생님은 얼른 응급처치를 했다. 그 후 선생님은 회원 하나, 하나 정확한 상태를 알려고 애를 썼다. 더욱 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건 회원들의 건강 때문이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말해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회원님들이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어요.
모두 건강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선생님들의 회원들은 먼저 운동 목표에 맞는 운동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근육이나 자신이 아픈 부위의 원인을 찾고 그 부위를 단련시킬 수 있도록 운동을 맞춰 수업을 해나간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와 스쿼트를 하면서 무게를 올리던지, 개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똑같은 기본 스쿼트라도 자신에 맞는 자세를 찾아주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회원들을 떠올려 봤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회원 분은 주4~5회 PT 수업을 받으면서 악착같이 운동을 잘 따라와 주셨다. 1차 목표인 웨딩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음부터는 마음이 풀렸는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트레이너의 이상 기운을 감지하였는지 선생님은 변화 없는 회원님의 몸이 이상하여 무엇을 먹는지 물어보다 이제까지 몰래 먹은 것을 걸렸다고 한다. 점점 당당해지는 회원님의 식단 인증 사진에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운동을 다시 열심히 하고 원하던 목표를 이루어 결혼식 때 가장 예쁜 신부로 버진로드를 걷게 되었다.  또 다른 회원은 선천적으로 운동을 잘하여 알려주면 알려주는 대로, 숙제를 내주면 척척 잘 해서 수업할 때 선생님이 뭘 더 할 필요 없이 알라서 잘하는 회원이었다. 선생님이 지금의 센터로 옮기고 나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상체 운동만 하고 있다는 말에 놀란 선생님은 왜 상체 운동만 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지금의 담당 선생님이 하체 운동을 너무 잘 해서 전에 잘 배워서 상체 운동 위주로 요즘 수업하고 있다는 말에 뿌듯했다고 한다. 가끔 자기보다 잘하는 회원이 있으면 “솔직히 쫄아요(?)”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하게 회원님께 말하고 더 옆에서 파이팅 해주면서 꿀팁들을 알려준다고 한다.


 끝없이 공부하며 수업하는 선생님은 해부학은 물론 개개인의 필요한 웨이트 공부도 계속해서 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공부의 똑같은 질문은 “운동을 왜 해야 할까?” 이 고민을 항상 한다고 한다. 공부한 것을 자신의 몸에 적용시켜보고,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물어보고 같이 운동하고 공부한다고 한다. 좋은 에너지를 받아 그 에너지를 곳곳에 뿌려주는 선생님의 매력은 바로 항상 밝은 모습으로 센터를 환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선생님에게도 운동할 때는 끈기 있고 의지력이 있지만 운동 외에는 ‘아님 말고’ 식의 관대한 자세가 나온다고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살기에 처음으로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고 나갔다. 보디빌딩 대회는 ‘몸을 누가 더 예쁘게 만드나’를 보여주는 것인데 선생님은 비키니와 웰니스를 참가했다고 한다. 비키니 대회는 대중적으로 마른 몸의 상, 하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웰니스는 상체는 비키니 몸과 같이 적용되고 하체는 상체에 비해 강도와 굵기가 더 잘 발달된 몸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대회에 나가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운동에 흥미를 붙이기 위함과 건강한 모습을 그리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라는 마음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도 대회 사진 하나쯤 있으면 멋있지 않을까 하는 멋스러운 생각도 더해졌다. 대회를 위해 급격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텐션도 다운되고 에너지가 내려가서 잠시 대회를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옆에서 본 나로서는 선생님은 항상 같아 보였는데 수업할 때 회원들 보기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나보다. 본인의 장점은 힘을 주는 사람인데 회원들에게 힘을 주지 못하고 있구나 싶어서 고민을 했지만 배고픔을 참기 위해 수업을 타이트하게 잡고 더 열심히 운동과 수업에 임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NPC 대회 웰니스 종목 노비스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동안 노력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지켜본 나는 누구보다 기뻤고 당당하게 메달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항상 포즈를 연습하는 사진들로 장식하였고, 운동하다 눈 마주치면 포즈를 잡곤 했는데 대회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왔다.



 본인도 다이어트를 하고 바디프로필도 찍고 대회까지 참가한 선생님도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운동과 다이어트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절제하는 능력이 대단하여 식탐이 많은 자신으로서는 부러운 대상이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당당하고 확신을 가진 사람 또한 멋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할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고 몸이 피곤해서 그런데 그래도 꿋꿋이 운동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저는 저한테 PT 받고 싶어요. 저처럼 옆에서 파이팅 있게 힘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선생님이 더 멋있었다. 앞으로의 선생님 목표는 김채은. 웰니스 선수, 김채은 선수가 그 센터에 있지 않아? 이런 말을 들으며 여자 선생님들 중에서 제일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이 도전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여권 다 채워보는 것인데 다 채운 여권에 그 나라에서 찍은 사진들을 붙이고 싶다고 한다. 그런 여정에 지금 선생님은 홀로 해외여행을 가는 큰 용기 던져보고 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만큼이나 선생님의 몸과 마음속에는 더 깊은 열정과 에너지가 채워져 있다.

채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선생님의 건강한 생각이 건강한 몸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앞으로 트레이너 길에 상큼한 향기가 피어날 거라 기대한다.

이전 14화 내 몸을 마디마다 나누는 필라테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