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의 야자시간이라하면 모름지기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시간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멍때림으로 시간을 버틸까.
청각은 그 어느때보다 발달하여 감독선생님의 발소리를 측정하여 거리감을 계산한뒤 재빨리 도망칠 수 있는 도면을 설계한다.
나의 고교시절엔 월드컵이 열렸는데 마침 시간이 저녁이후였었다.
때문에 특별지침으로 방송을 통해 엄격한 TV시청 금지령을 내렸지만, 인간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점령되지 않는 의지의 생물이기에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당시 유행했던 PMP는 인강대신 DMB로 축구를 중계했고, 다른 건물의 음악실은 커튼이 내려진채로 독립운동을 하던 투사처럼 비밀집회를 열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엔 교무실에서의 함성이 먼저 터졌으니 그야말로 축제가 되었다.
야자시간에 터지는 각종 사건, 사고는 활력소가 되었고, 잊혀진 숨바꼭질 능력을 담금질하게 되는 좋은 계기로 작용되었다.
말 그대로 개판이다.
그저 혈기왕성하고 천방지축들인 이들을 가둬두기 위한 감옥에 불과하다.
이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본인이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임을 인식했다면 차라리 학원을 다니던지, 도서관을 가라.
정신차리고 보면 함께 담을 넘고 있을 당신에게 충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