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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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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톰 Apr 20. 2016

취중에 상담하지 마라

당신의 술상대는 그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네 주정 같은 투정을 들어주기 위해 황금 같은 주말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진중하고 진솔된 이야기를 꺼내 드는 당신을 상대는 어떠한 생각을 하던 좋은 속내는 아닐 것이다.

'이 자식 갑자기 왜 이래', '어휴 꼴았네'라는 생각만 연신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하는데 오래전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거나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잘 지네를 보내곤 한다.

깨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짓을 술이라는 환각제의 힘을 빌어 해내버린다.

이 땅, 헬조선에 태어나 어느 누구 힘들지 아니한 사람 없는데 나 정말 힘들어로 시작하는 문장을 내뱉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을 기운 빠지게 한다.

친구가 해주는 뭣도 아닌 위로에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당신도 무언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하진 않을 거다.

그냥, 이 상황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고픈, 도망가고픈 마음뿐일 거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진 마라.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을 표출하지 마라.

네 인생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갈망하더라도 속으로 삼키고 삭혀라.

그 누구도 당신을 동정할지언정, 동감해주지 않는다.

그저 술안주 삼아 비교하며 고소함과 안도감을 곱씹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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