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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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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톰 Jun 15. 2016

아버지를 강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에게 누구나 한번쯤은 가정 또는 개인에게 굴곡인 인생이 찾아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우리 가족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가게가 망하면서 우리 가족은 집을 팔고 작은 상가건물의 방 하나를 둘로 나눠 부모님, 나와 누나

가 3년동안 살게 되었다.

온수도 나오지 않고 한겨울엔 툭하면 동파되어 생수를 사다 먹었던 집이 정말로 싫었다.

친구들하나 집에 데려오지 못했고 우리집이 창피했으며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수능을 마치고 누나의 등록금을 납부하러 가셨던 아버지는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셨다.

술한잔에 벌게지시던 양반이 술냄새에 쩔어 들어오시더니 누나 앞에서 울어버리셨다. 

아니 우리 가족앞에서 한참을 울으셨다.

누나의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아니였던 아버지는 누나의 이름으로 대출금을 받아 등록금을 납부하고 오셨다.

딸아이의 대학입학을 축하해주지는 못할망정 자식에게 오히려 빚을 지게 했다는 것에 가슴 저미고 미안해하셨나보다.

아버지는 나에게 언제나 강인하셨고 눈물따윈 다 말라버린 사람이였다.

내 앞에선 언제나 굳세셨고 든든한 아버지셨다.

그런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내가 살면서 가장 충격이었고 가슴이 터져버릴것같이 뛰었다.

강하고 무적이었고 철인이었던 아버지가 한없이 약해지신 모습에 속상했고 서글펐다.

이게 아닌데. 

지금 이까짓 힘든건 아무렇지도 않을텐데.

돈도 많이 버실꺼고 집도 곧 생길껀데.

아버진 다 해낼수 있을텐데.

아버진 다.

언제나 아버지만을 바라봤고 다 이루어 내실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생활고쯤은 아무것도 아닌 금방 해결해 내실수 있는 게 아버지라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버진 나와 같이 힘겨워 하셨고 부끄러우셨으며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셨다.

항상 자식들에게 강한척, 별거 아닌척 하셨던 분이 밖에는 축 처진 어깨로 아쉬운 소리하고 다니는 우리들의 가장이었다.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자식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납부하셨던 그 마음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아버진 강하지 않다.

더 없이 약하시고 여린 사람이다.

그래도 가족이 있다면,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내겐 철인이고 무적이며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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