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편 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톰 Apr 27. 2017

지독한 하루

모두가 잠든 밤 혼자 뒤척이는 사람은 잠자리가 불편해서 일까 아니면 내일이 걱정되서 일까


스스로 다짐했던 자기전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일어나 틀어진 수도꼭지에 흘러가버려 찾을수 없이 씻겨져 버렸


기억나질 않는 어젯밤 꿈속의 미래는 피곤한 와중에 지워졌


애써 피하려 하는건지 눈부신 햇살에 닻는 것도 두려워 커튼을 휙 하고 친


그렇게 캄캄해진 아침 거실에 마음놓여진 이는 털썩 쇼파에 앉아 리모컨을 잡는


월 포울은 말했다 "이 세상은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요,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이다"


하지만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않는 이에게 이 세상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요, 그저 존재할뿐인 공간이여서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오늘을 보낸


기뻐할 경위도, 슬퍼할 이유도 사라진 매마른 감정선에 놓인다


비어버린 생각의 골은 깊어 깊어져 혀를 가르고 마음을 갈라 그림자 마저 갈러버려 존재조차 사라지게 만들고서야 허공에 흩뿌려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헛기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