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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24. 2020

17. 셋이서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전날, "금진해변 A카페에서 저녁 7시에 가볍게 한 잔 하면 어떻겠냐"는 P작가님의 제안을 받고 저를 포함 F소설가 등 셋은 밤마실을 갔었습니다.

바깥은 불빛이 없는 길이어서 핸드폰 플래시를 비춰 앞을 밝히고 겁이 많아 캄캄한 시골길을 무서워하는 저는 P작가님의 팔짱을 낀 채 20분 걸어 목적지인 A카페에 도착했습니다.

 P작가님과 F소설가는 생맥주, 저는 소주, 안주는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눈 뒤 입주 후 느낀 여러 소회와 다른 지역의 레지던시 및 해외 레지던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오신 P작가는 동화를 쓰시고, 부산에서 온 F작가는 소설, 그리고 대구 시인 저, 이렇게 셋 이외에 영화시나리오를 쓰는 C감독은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밤 9시에 카페 문을 닫는다기에 우리는 다음날인 오늘 옥계시장에서 밥을 먹기로 약속하고 숙소로 향했었습니다.

오늘 오후 3시 숙소를 나와 P작가님의 길안내를 받으며 광포교를 건넜더니 개천이 나왔습니다. 물길 따라 걷는 길은 들국화가 진한 향기를 내뿜는 운치있는 길이었습니다. 개천이 끝나자 너른 들판이 나왔고 드문드문 집들이 보였습니다. 한적한 신작로를 부지런히 걸은 끝에 옥계시장에 도착하여 식당가 순례를 찬찬히 하였습니다.

백반이 맛있다는 식당은 5시에 영업을 한다기에 한 시간의 공백이 있어 다른 식당에 갔습니다.  그리고 P작가님과 F소설가는 돌솥밥, 저는 순두부 찌개를 주문했습니다.

나:순두부 양이 많아 혼자 다 못먹을 것 같아요. 같이들 드세요.
P작가: 그럼 싸 가지고 가서 내일 먹어.
나: 아유, 어떻게 싸가지고 가요
P작가: 잠깐 있어봐. 내가 덜어갈 용기 얻어다줄게.
식당 주인에게 다가가
P작가 : 순두부 양이 많아 덜어서 싸가려는데 그릇 얻을 수 있어요?

저는 식당주인이 건네준 비닐봉지에 순두부를 덜어담고 묶은뒤 플리스틱 용기에 담아 포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P작가: 우리 집 떠나와  잘 먹지 못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갖고 가서 데워먹으면 좋지.
나:  네.
P작가님 덕분에 내일 아침에는 햇반에 곁들여 국물이 있는 아침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식당을 나와 하나로마트로 향했습니다. 저는 과자 두 봉지를 샀고 P작가님과 F소설가는 캔맥주를 각각  두 개씩 샀습니다.
F소설가(가볍게 웃으며): 외진 곳에 오면 술 사기가 힘들어 끊을 줄 알았더니, 어디가든 술 사기는 어렵지 않아요.
P작가: 맞아. 여러 개 사면 다 마시게 되니까 딱 두 개만 사야 돼.

금진솔밭을 지나 소에 도착할 무렵
P작가: 밥 먹으러  오늘 십리길 걸었네. 70년대 산골주민처럼
F소설가: 오늘 우리가 왕복한 거리는 총 8km예요.
나: 우리 행군하는 것 같아요.
P작가: 그러게. 그래도 밥 한 번 잘 먹었네.
나: 운동도 잘 했지요.^^

신작로와 마을

덜어서 포장한 순두부 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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