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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21. 2020

15. 오늘도 걷는다마는


저는 운동을 싫어하기에 나이가 젊었을 때는 소식하며 체중관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중년 이후 적게 먹어도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고 걷기 운동을 해도 현상유지만 될 뿐 살이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몸이 불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체중조절을 위해 하루 두 시간 걷기운동을 해야하는데, 금진해변을 거쳐 정동진 방향 해안길을 걷거나 면사무소 쪽으로 걷거나 길은 두 갈래입니다. 면사무소 방향은 대부분 인도가 없는 데다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마을도로라 걷기가 부담스러워 바닷길을 매번 걷습니다

오전 11시에 길을 나섰는데 화창한 날이라 목덜미에 쏟아지는 햇볕이 제법 따가웠습니다. 해는 중천에 떠 있고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바닷길.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벗었던 외투를 목도리처럼 두르고서야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정동진 방향의 도로에는 차들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언제나 그렇듯 방향을 정해놓고, 갈 수 있는 만큼 걷다가 힘들면 되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길을 걷습니다. 다리가 부실하기 때문에 무릎에 테이핑을 해도 많이 걷고나면 종아리가 아픈 데다가 소지품 가방을 멘 어깨뼈까지 쑤셔서 후유증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휴일을 맞아 바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바위 위에서 햇살을 쬐는 갈매기 떼가 보입니다. 잔잔한 파도에 일렁이는 물결은 푸르고 맑습니다. 머리 위에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금빛으로 부서지는 물결의 찬란함은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바닷가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해녀를 보았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서핑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걷다보니 왕복 세 시간. 용량초과의 후유증을 겪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한들 걷기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

갈매기들의 쉼터
미역 채취하는 해녀

서핑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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