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윤 Oct 22. 2020

16.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법

아침에 눈을 뜨니 6시 15분. 어제 오후 귀가하면서 보았던 "내일 일출 시간 6시33분" 프런트에 게시된 표지가 떠올랐습니다.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입주한지 보름이 넘도록 여태 해돋이를 못보았기 때문입니다. 날씨 맑은 날, 해뜨는 시각에 맞춰 해변으로 나가야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는 옥계해변을 향해 빠른 걸음을 걸었습니다. 다행히 해는 떠오르지 않은 상태.  해뜨기를 기다리며 해변을 걷다보니 며칠동안 파도가 얼마나 세차게 휩쓸고 갔는지 모래사장이 깎여서 편평하던 곳까지 1미터 이상 턱이 져 있었습니다.

해변가에는 지난 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부러진 나뭇가지 등 해양쓰레기와  페트병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며칠전 두 명의 아저씨가 쓰레기 청소 하는 것을 보았는데 사람들이 다녀가는 주차장 쪽 해변 일부만 쓰레기가 제거되고 대부분 지역은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모래사장이 깎여나갈 때마다 나뭇가지는 물론 페트병이 쓸려나가 바다를 오염시킬텐데 이렇듯 방치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더군다나 주말동안 야영객과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까지 오염을 보태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였습니다.

페트병을 주워 안쪽으로 던져 넣으며 걷다보니 해가 떠오릅니다. 일출 사진 여러 장을 찍은 후 숙소로 돌아왔지만 해돋이를 보았다는 기쁨보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해변의 모습 때문에 생채기 나듯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아침밥을 챙겨먹고 옥계면사무소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첫째,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해양쓰레기가 쌓인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상당부분 방치되어 있다.

둘째, 금진해변 쪽에는 쓰레기 청소가 진행되고 있는데 옥계해변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주차장 쪽 일부만 청소가 되고 대부분의 해변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와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가 뒹굴고 있다.

셋째, 주차장 쪽 해변보다 바다 가까운 해변부터 청소를 해야 바다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넷째, 해양쓰레기 분량이 많아 치우는데 시일이 걸린다면 파도 치는 쪽에 페트병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치웠으면 좋겠다.

전화를 받은 면사무소 직원은 이런저런 해명과 함께 담당자에게 의견을 전달하여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전화 통화를 마친 후, 프런트에 가서 커다란 비닐 봉지 두 장을 얻었습니다. 면사무소에서 언제 처리할지 알 수 없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 갈 페트병이 증가할 것을 생각하니  신경이 쓰여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으므로 직접 수거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해변으로 간 후, 비닐 봉투에 페트병을 담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행인이 묻습니다.

" 여기 왜 이렇게 쓰레기가 뒤덮여 있는 거예요?"
"지난 여름 장마와 태풍 때문에 쌓인 쓰레기인데 수거가 되지 않고 방치되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페트병 만이라도 치우려고요" 대답했더니
" 이건 개인이 할 일이 아니에요. 지자체가 할 일이지"라고 답변합니다
" 그래서 면사무소에 전화했어요"라고 대답했더니 말없이 가버립니다.

행인이 가고난 뒤 바다 인접한 해변의 페트병, 슬리퍼, 고무신, 면장갑, 스치로폴 조각 등을 주우며 돌아다녔습니다. 따가운 오전의 햇살 때문인지 얼굴에 땀이 비오듯 흘렀습니다. 두 개의 봉투 가득 쓰레기를 담아 샤워장 앞에 갖다놓은 후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신발 가득 들어온 모래를 털고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한 후 입었던 겉옷을 벗어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돌아다디며 쓰레기를 수거했더니 극기훈련 한 것처럼 팔다리가 쑤시고 몸이 고단했습니다. 그러나 파도에 쓸려내려갈 페트병을 제거했다는 안도감에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파도에 깎여나간 모래톱

쓰레기로 더러운 옥계해변 안쪽

이전 15화 15. 오늘도 걷는다마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