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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20. 2020

14. 옥계해변의 얌체족들


옥계해변 안쪽에 있는 금진솔밭은 금진리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세찬 바닷바람을 막기위해 오래전에 조성해놓은 숲이랍니다. 파도에 깎여  2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턱이 진 모래톱이 해변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옥계바다의 바람은 만만치 않습니다. 주변에 인가가 드물던 시절 외진 마을에 몰아치던 한겨울 해풍이 얼마나 거셌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옥계해변은 지난 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밀려온 해양쓰레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패트병과  뒤섞여 상당 부분 방치된 상태입니다. 마을주민들이 청소에 나서고 있지만 해변은 방대하고 인력이 부족해서인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제쯤 청정 해변이 될지 많은 시일이 소요될 듯 합니다.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옥계바다에 주말을 맞이하여 행락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이 삽십 여대에 육박하고, 설치된 텐트도 이십여채 정도 보입니다.  바닷가에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 여럿도 눈에 띕니다. 옥계해변 솔숲은 송림을 보호하기위해 취사행위 및 야영, 불법주차, 쓰레기 투기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해안가  소나무 숲 아래 텐트를 친 야영객들이 있었습니다.

거북한 마음으로 옥계산림욕장 안으로 걸어오다 깜짝 놀랐습니다. 솔밭 안에 텐트는 물론이고 그 옆에 나란히 승용차까지 주차해놓았습니다. 어떤 텐트 앞에는 휴대용 가스렌지도 보입니다. 데크길을 걷다가 감시원 조끼를 입은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습니다.

나 : 여기에서 야영이나 취사행위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감시원1: 맞아요. 하면 안되지요"
나 : 그런데 저기 보세요. 소나무 보호를 위해 야영 금지하고 있는데 텐트 치고 풀밭 위에 주차까지 했잖아요.
감시원2 : 원래 하면 안되는 건데 사람들의 인식이 낮아요. 놀다 쓰레기 버리고 가고, 여름에는 말도 못하게 심했어요.
나 : 텐트는 그렇다쳐도 주차까지 한걸 보니 너무 심하네요. 벌금을 물리든지 단속을 철저히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감시원1 : 입장료를 받아 관리를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막아서 못들어 오게 하든지 해야지. 사람들이 어지럽히고 가면 마을 사람들이 다 치워야하는데 무슨 고생이래요.
나 : 자기 것처럼 아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안타까워요.

자연보호에 대한 기본적 인식없이 규정을 위반하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힐링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닌지, 소나무 숲 안에 주차까지 하고 희희낙락하는 행락객들에게 양심의 행방을 묻고 싶었습니다.

옥계산림욕장의 텐트와 주차된 차량
파도에 깎인 옥계해변의 모래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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