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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18. 2020

12. 들어온 틈이 출구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더니 한 마리는유리창 상단에 커다란 점처럼 붙어있고, 한 마리는 바닥에 떨어져 멈춰있었습니다. 이리될 줄 짐작했지만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방치된 두 마리의 잔해를 치울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계속 지켜볼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어제 오후였습니다. 숲길을 산책하고 돌아와 딸내미와 통화하면서 베란다 쪽을 봤습니다.
' 들어올 틈이 없는데 어디로 들어왔지?'
벌레 한 마리가 바깥 샤시문 안쪽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자세히 보니 이름을 알 수 없는 곤충 한 쌍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들 딴에는 나갈 통로를 찾는 것이겠다 싶어 샤시문을 열어놓았는데 그쪽으로는 가지 않고 잠깐 날다가 같은 자리에 다시 붙어 유리창 안쪽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날면 열린 창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계속 같은 모양새라 답답하긴 하지만 곤충을 겁내는 저로서는 내보낼 방법이 달리 안 보였습니다.

문을 한참 열어두었는데도 나가지 않고 있어서 결국 창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들어온 통로를 찾아 나가거나 아니면 죽어서 발견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들어온 곳이 있으면 그곳을 찾아 나가면되는데 그 틈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헤메다 비참한 종말을 맞이한 결과가 유리창에 선명한 흔적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저들의 최후를 보며 우리들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느 틈으로 이곳에 들어온 것일까요. 어느 곳으로 출구를 찾아 나가야 할까요. 제가 찾는 바깥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도달할 수 없는 바깥은 투명하게 보이는 유리창 너머 파란 하늘일까요. 잘 알 수는 없지만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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