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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Dec 15. 2018

요즘 드는 생각, 내가 되고 싶은 UX디자이너?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UX디자이너는 PC나 Mobile의 화면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UX디자이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직업을 소개할 때에도 그냥 '웹이나 앱 화면을 설계하는 사람이에요' 하고 얼버무렸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회사에서 하는 업무 또한 열심히 사용자 조사를 해서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그 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화면 위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타 회사의 채용공고에서 UX디자이너에 대한 job description을 보았을 때에도 대부분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UX디자이너 =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그치만 생각해보면 PC나 Mobile은 사용자에게 어떤 서비스나 프로덕트의 가치를 경험시키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서비스 그 자체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서비스와 사용자간 인터렉션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곳을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하는데, PC나 Mobile은 여러 인터페이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가치를 경험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 중 너무 제한된 일부에만 의존하여 생각하고 있었던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드는 요즘이다.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서비스나 프로덕트의 긍정적 가치를 사용자에게 경험시키기 위해 그 맥락에서 어떤 인터페이스들을 활용하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 적절한 방식이 될 지 고민해야 한다. 즉, 우리의 역할은 풀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인 사용자 경험에 먼저 집중하고, 거기에서 비롯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 시작부터 특정 인터페이스에 제한하여 여기에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전에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던 책 "인터페이스 없는 인터페이스"에서 사용된 예시를 들자면, 한 자동차 보안업체에서 만든 앱에서 차 키를 대신하여 트렁크를 열 수 있는 기능을 소개한다. 무거운 짐을 든 상황을 생각해보자. 짐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내서 앱을 실행시켜 트렁크를 여는 버튼을 찾아 선택한 후 트렁크를 열고 다시 짐을 들어야 하는..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좀 더 그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무거운 짐을 든 상태에서 차 아랫부분을 발로차면 트렁크가 열린다. 끝! 이처럼 상황에 따라 최적의 인터페이스는 PC나 Mobile이 될 수도 있고, 그 외 다른 요소들과 결합된 복합적인 형태의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맥락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을 때, 정말 효과적이고 유려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트래블코드에서 발매한 책인 “퇴사준비생의 런던”에 푹 빠져있다. 내가 그들의 이야기에 이토록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책을 통해 그들이 말하려는 바를 전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빈브라더스 시그니쳐 티 프로모션을 통해 티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마치 런던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아주 신선한 방식으로 그들의 가치를 전달하려 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전 시리즈였던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책과 함께 책에 나온 장소들을 투어할 수 있는 여행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그 수단을 책에 한정짓지 않고, 정말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책 내용도 좋았지만, 집중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그 본질을 달성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식들이 너무 좋아 더 열광하고 쫓아다녔던 것 같다.


퇴사준비생의 런던 with 빈브라더스 시그니쳐 티


이처럼 UX디자이너로서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하고 그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다보면, 사용자들의 가장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동을 관찰하며 그들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요즘 습관처럼 모바일에서 자주 쓰는 앱 서비스 중 좀 더 편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찾는 중이다. (네이버의 VIBE 뮤직 앱을 개선해보고 싶은데, 추후 조금 더 정리가 되면 브런치에 공유해봐야겠다!)





그럼 실무에선?


하지만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허황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오로지 사용자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많지 않다는 것을ㅋㅋㅋㅋ인터페이스 활용은 개뿔, 너무나 많은 제약사항과 그럴 수 밖에 없는 시스템과 제도들..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면 제한된 상황에 갇힌 채 사고하는게 익숙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분명히 필요한 능력이고, 언제나 이상적으로 사용자 경험만을 외치며 현실과 동떨어진 솔루션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니까,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늘 인식하고 그 문제에서 비롯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내보고, 그 다음 제약사항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약사항들을 먼저 생각하면서 솔루션을 내는 것이 아닌! 이는 미묘하지만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는 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최적이 아닌 최고의 솔루션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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