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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Feb 16. 2019

<일하는 마음> 제현주

일의 경험을 돌이켜 보았다


2019년 나의 첫 책인 일하는 마음은,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문제 상황에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한 본인(작가 제현주님)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적은 책이다. 읽다 보면 하나의 교훈이 있다기보다 작가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상대방에 나를 대입할 수 있을 때 '공감'을 느낀다면, 나에게 상대방을 대입할 수 있을때 '위안'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공감'했고,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위안'받았다.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리송한 생각과 느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구나 읽는 내내 수십 번 유레카를 외쳤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지난 브런치 글(문제 해결 능력, https://brunch.co.kr/@lddog/18 참고)에도 썼지만, 일과 나를 너무 가까이 두기보다 적당히 거리를 두었을 때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선 이를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다'라고 표현했고, 이때 보이지 않던 일의 맥락과 맥락들의 교차가 보인다고 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과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를 그만둬도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스스로 동기를 이끌어 냈다. 회사 밖에도 관계망을 구축하기 시작하며, 다 망해도 스키 강사 하면 되니까(제현주 님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스키를 즐겼다.) 일 말고도 얼마든지 할 것이 있다는 여유로움 속에서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셨다. '세상 쓸모없는 일 때문에 나에게 부과되는 모든 쓸모 있는 일들의 무게가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순간 내 일상 속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라는 명언 같은 구절에 감탄하며 하이라이트 표시했다.


쉽게 말하면 불확실성이 커진 세상 속에서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도록 '안전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안전빵은 일 말고 정말 열광하는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중심으로 관계망을 형성했을 때 더욱 견고해진다. 스스로 일과 조금 더 떨어졌을 때 형성된 숨통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침착함과 자신감이 유지되는 것 같다. 아마 이게 내가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려는 이유가 아닐까, 내가 열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일에 내 모든 것을 올인하며 '이거 아니면 안 돼' 하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왔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형성하며 언제나 나를 보호하는 게 우선될 필요가 있다.




선택은 가볍게, 중요한 건 ‘탁월성’을 기르는 것


제현주님은 모든 중요한 선택의 순간은 객관식인 것 같다고 했다. 가능한 선택지를 나열하고 상황에 맞는 것을 고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것인데, 이를 위해 '작고 가볍게 벌여 놓은 일'을 언급했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에 집중하며 다양한 일을 벌리며 선택의 폭을 넓히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다음, 각 선택지의 가장 잘된 순간과 못된 순간을 떠올리며 (잘될 확률이 아닌) 본인을 좀 더 가슴 뛰게 하는 선택을 따른다. 선택 후에는 선택지를 지속하는 시기가 필요한데, 결과만 생각하며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에 이르는 방법과 눈 앞에 놓여있는 하나하나의 과업에 오롯이 집중하며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특히 이 집중하는 시기를 '탁월성'을 만드는 시기라 하셨다. '전문성'이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과 연결된다. 어디를 가든 커리어를 지탱해줄, 혹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탁월성'인 것이다. 모든 선택이 만족스러울 수 없지만 이미 선택한 이상 그 선택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업에 집중하며 탁월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이때 해온 일, 하고 있는 일을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한데,  같은 일도 그 일의 경험을 통해 써 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일의 경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지 못하면, 자기 언어가 없이 분절적 경험만을 가진 상태로 머물게 되는 것이다.


이미 저지른 선택의 결과에 대해 후회하고 고민하다 결국 흐지부지 끝났던 지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텐데 왜 밀어붙이지 못하고 흔들렸을까. 그렇게 선택하게 된 이유를 기록해두고 흔들릴 때마다 그 이유들을 곱씹어 봤더라면 덜 방황했을까. 혹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예를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공유하고 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억지스럽게라도 만들었다면 선택을 유지하고 실행하게 하는데 조금 더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어서 책에선 지속하는 훈련은 결과를 담보해주진 않지만 성장은 약속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두려운 일도 점점 줄어든다고 했다. 여기에서 '글쓰기'에 대해 생각했는데, 글을 쓰면서 나보다 경험 많고 전문가인 사람들이 반박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도, 글을 여러 번 업로드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웃프지만) 하나의 글을 여러 번 고치고 고치는 것보다 많은 글을 썼을 때 더욱 스킬이 생기고 단단해짐을 느꼈다. 즉, 가장 부족하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 꾸준히 반복적으로 실행하다 보면 조금 더 수월해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선택이 좋은지 나쁜지는 결과로 증명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얻는 것(탁월성)이 있으니 끝까지 밀고 갈 필요가 있다.






이 책만큼 밑줄 치고 코멘트 달며 지저분하게(?) 읽은 책도 없었다. 덕분에 지난 일의 경험에 대해 많이 곱씹고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은 기회로 제현주 작가님의 강연에도 참석했는데, 책과 강연에서 느낀 공통적인 메시지는 어느 상황에서든 스스로 보호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찾아야 할 것은 진정한 나가 아니라,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다른 무대 위의 다른 배역이다' 그리고 그는 '공연된 자아'에 대해 언급한다. 여기에서 ‘공연된 자아’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진정한 나 보다는, 내가 더 빛날 수 있는 '공연된 자아'를 추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감으로써,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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