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마음이 바뀔걸’
아이도 부담스럽고 결혼은 최대한 하고 싶지 않다는 나의 말에
10년 지기 친구는 이미 겪어봐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꽤 오랜 기간 좋은 연애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심심찮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차였다.
친구의 말을 곱씹다가 불현듯 ‘우리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렸지?’하고 뱉고 나니 진짜로 스스로가 꽤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른이 뭐지?
교복을 입던 학생 시절엔 어른이 되면 꼭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고, 일기장에도 늘 지금에 대한 불만족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떠들었다. 중요한 건 늘 떠들기만 했다는 것이다.
대단해지는 줄만 알았던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열등감을 방패 삼고, 그 동력으로 놀았다.
진짜 놀았다.
남들 하는 만큼을 비슷하게만 흉내 내면서
좋은 기회로 일을 하게 되었음에도 불만 속에서 안주하던 나는
괜한 트집으로 친구와 싸우게 되었고
가진 것에 대해 불평만 하는 내게 화가 난 친구는
‘도경아, 제발 네가 얼마 행복한지 생각해봐’ 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 염원하던, 대단한 어른이고 싶던 27살이었다.
그날을 이후로 나는 ‘가진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내가 막상 진짜 행복이나 꿈을 이뤘을 때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내가 되고 싶었던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 진짜 지금의 내가 바라던 모습인가? 대단하다의 기준은 뭐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고민은 할수록 쌓여가고 생각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
문제를 쌓아 둘 수만은 없어 작은 것부터 시도하기로 했다.
먼저 불만족스러운 일상에서 감사할 일을 찾아 기록하는 것이었다.
나는 감사일기로 마음의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학생 때 꿈꿨던 대단한 어른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다. 늘 구체적인 기준이나 목표 없이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쪼던 학생 시절의 나는 늘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여유 있는 어른인가? 답은 세미(semi-)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전히 스스로의 속도감이 남들에 비해 뒤처진 것 같아 가끔(이라고 하고 인스타 볼 때마다) 여유를 잃기 때문에…
물론! 예전처럼 문제 속에 나를 가둬두지 않는다.
‘해보면 별것 아니다’와 ‘행동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자고 다짐한다.
그래 이게 살아본 자의 여유지.
이 여유, 놓치지 않을 거예요. (김희애 톤으로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