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o Nov 06. 2023

20년만에 다시 찾은 모교에서 만난 나의 미래

진로 멘토링을 해주면서 찾은 나의 진로

얼마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ooo선배님, oo은행에서 근무하시는데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선배님의 직업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모교에서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졸업 후 거의 연을 끊고 살다시피한 모교에서 걸려온 20년만의 연락에 감회가 새로웠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어떤 내용으로 직업 멘토링을 해줄지 고민을 하면서 내가 지난 20년 동안 어따ᅠ갛게 살아왔는지 천천히 되돌아보게 되었다. 

먼저 대학을 들어갔고, 군대를 갔고, 취업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낳았으며 내 집을 마련했다. 이런 일련의 굵직한 과정들 속에서 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성장을 해왔다.      

나의 성장 스토리에서 들려줄 이야기는 많았지만 “고등학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나의 직장”인 은행을 설명하는 일을 하자니 참 많은 고민이 들었다. 청자가 아직 미성년자이니 만큼 자기 스스로 예금통장 하나 개설해본 사람은 없을 터였다. 직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대학입시에 고민이 많은 아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내 직업인 은행업무에 대한 설명보다는 내가 지금의 직장을 얻게 된 계기, 은행업무의 미래상 등을 들려주는 것이 보다 더 도움이 될 듯했다.      

나는 사실 은행원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20년전의 내가 현재의 나의 모습을 보면 꽤 의외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은행 뿐만이 아니고 금융권 자체를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려서부터 역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꿈이 외교관 또는 기자였다. 따라서 정치외교학과를 진학하여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외국어 능력이 필수였다. 그리고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글솜씨와 언변이 필요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보니 이러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많아 내 자신이 부족해 보였다.     

반면, 어머님은 내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다. 직장 재직중 IMF를 겪으시며 수맣은 직장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시며 살얼음판 같은 직장생활을 그녀의 자식은 겪지 않았으면 하셨다. 그리고 내가 대학생활을 하였던 시기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던 시절이라 취업은 고사하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이 흔했다. 따라서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 또는 공기업을 선호하였다.      

나는 주변 어른들의 조언과 친구들의 선택지들을 보고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과 공기업, 그리고 은행들 가운데서 취업을 고민하였고 결국 지금 다니고 있는 은행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은행이라는 직장은 지난 13년간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그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다.

과거에는 직장에 들어가면 회사가 주는 월급을 바라보며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승진하는 삶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며 사는 것이 모범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직업의 생애주기가 짧아지고 급여가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하지 않으면서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직장이 주는 안정감은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은행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점차 필요로하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과거 대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가진 직업인 은행원 이라는 직업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따ᅠ갛게 설명해 주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마도 은행원이라는 직업 뿐만 아니라 지금의 모든 직장인들은 이같은 현실에 직면해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강의실에서 멘토링 수업을 듣던 어린 후배들이 10년뒤 취업을 할 때쯤이면 내 직장의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직업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나는 나의 직장을 통해 생계를 부양할 수 있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업무성취를 통한 자아실현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의 성장을 통해 “OO은행 차장 OOO” 이라는 직함으로만 설명되는 나 자신이 아닌 내 이름 석자가 전부인 명함으로 세상에 우뚝 서고 싶다. 회사라는 알을 깨고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그 날까지 회사에서 인큐베이팅이 되며 성장하고 싶다. 


나는 멘토링 말미에 이런말을 남겼다. 

“평생 직장은 없을 뿐만 아니라 평생 직업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해야할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시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관심 분야로 진출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선택지들 중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보다 더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 말은 직장생활의 반환점을 향해 나아가는 나를 향한 외침 일런지도 모르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