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성격'과 관련된 삶의 전환점(2018년 8월 20일 작성)
아이키도에 입문한지도 여러 해가 흘러갔습니다. 그만큼 아이키도는 제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갓 입학했을 무렵인 19년전 학과 선배에게 아이키도는 제게 꼭 맞는 운동이니 반드시 수련해 보라는 강한 권유를 받으면서 ‘아이키도’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으니, 소개를 받고도 수련을 시작하기까지도 10년이 넘게 걸린 셈입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거리로 인해 수련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이야기를 떠올려 주듯 수련을 계속 이어왔고, 그런 가운데 아이키도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키도 수련을 지속하기가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제 개인의 운동능력이 뛰어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외부적인 요인은 그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임 교수직을 얻지 못한 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이라는 부분도 무시하기 어려웠고, 그 와중에 학자로서 연구에 몰입하고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등의 일에 전념하는 과정 또한 만만찮은 어려움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영동지방 소재 대학에 전임교원 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학교에 주당 며칠씩 머무르다 보니 이 역시 수련 참여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간 저는 아이키도 수련의 끊을 놓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은 변할 일이 없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수련을 계속해 가면서 이제 승단 심사에 추천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제가 앞서 말씀드린 어려움이 있지만 왜 아이키도를 삶의 일부로 계속 수련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아이키도 수련을 시작한지 한 달 무렵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오전반 수련을 마치고, 오전반 회원 분들과 함께 관장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뉴페이스’였던 저는 식사자리의 화제에 올랐고, 거기서 윤대현 관장님의 저에 대한 인물평이 올라왔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동민씨는 사실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는 농담으로라도 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1달이면 터득할 내용을 2-3달은 걸려야 제대로 익힐 것이다. 하지만 저 내성적인 성격과 인품은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다른 것 같다. 우리 도장에는 운동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내성적이고 성실한 회원들이 늘었으면 한다…….”
사실 칭찬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 속에서,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충격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칭찬을 들은 충격이었지요. 사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내성적이고 여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구박을 받으며 살아온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제 삶에 어떤 악영향을 주었을지에 대해서는 굳이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나쁜 영향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제 머릿속에는 ‘나의 내성적 성격=바로잡아야 할 나쁜 점’이라는 등식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종의 콤플렉스를, 아이키도 수련을 통해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관장님의 말씀을 새기고, 내성적인 내 모습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라 소중한 모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에 맞게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분들에게도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제 삶을 바꾸었던 중대한 까닭은, 바로 아이키도를 수련해 가면서 그런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아이키도를 수련하면서 저 자신에 대한 저의 태도가 바뀌고,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저에 대한 평가도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제 자신이 확연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운동의 수준을 넘어 제 삶에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의미에서의 전환점을 준 계기, 그것이 바로 제게 있어 아이키도 수련의 진정한 의미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아이키도 수련을 해온,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이유입니다.
아이키도는 화(和), 만유애호의 정신에 토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술이지만 상대를 꺾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정신, 그것이 아이키도의 진정한 의미이자 가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키도 수련은 저를 ‘내성적인 결점을 가진’ 사람에서 ‘내성적이어서 좋은’ 사람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의 삶에 큰 전환점을 주신 관장님과 여러 도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이키도를 수련하는 삶을 이어가면서, 만유애호의 정신을 실천해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