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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Sep 30. 2021

비대면 수업

수필집 『서해에서』 수록 작품

  2020년 3월, 대학가에서는 개강과 신입생 맞이로 분주할 평소의 분위기가 사라져 버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인해 대학은 개강 시기를 두 주나 늦춰 3월 중순에야 개강했다. 게다가 개강을 했는데도 강의실은 물론, 캠퍼스마저 텅 비어 있다. 개강과 동시에 ‘비대면’이라는, 예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수식어가 붙은 수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컴퓨터에 능숙한 데다, 강의 동영상과 강의실에서의 토론 및 실습을 결합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최신 수업 기법인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도 활발하게 활용해 온 경험이 있다. 그런 내게도 모든 수업을 영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학교에서 내려온 비대면 수업 지침은 크게 두 가지 형태였다. 첫째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화상회의 하듯 수업을 진행하는 비대면 실시간 방식이었고, 둘째는 교수자가 강의 동영상을 촬영 후 학습관리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비대면 수업 진행을 위해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의 수업을 원하는지 SNS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대부분 강의 동영상 업로드를 원했고, 나는 그에 따라 매시간 강의 영상을 촬영하여 올렸다. 그런데 강의 영상을 촬영하여 업로드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수업에 대한 동력이 떨어짐은 물론 심신까지도 지쳐 갔다. 혼자서 강의 동영상만 촬영해댄 탓이었다. 컴퓨터와 동영상 녹화에 비교적 능숙한 편이라 처음에는 큰 어려움 없이 강의 영상을 녹화해서 척척 올렸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별다른 소통 없이 혼자서 영상 녹화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마치 골방에 갇힌 채 혼자 벽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2학기가 되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예년과 같이 캠퍼스에서 개강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 마음과는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2학기가 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2학기 수업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만 했다. 개강을 보름여 앞두고 열린 교수회의에서는, 2학기 수업은 비대면 실시간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학과 방침이 정해진 만큼, 1학기 때와 달리 수업 방식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졌다. 학과의 다른 교수님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비대면 실시간 수업을 위한 준비를 했다. 그리고 2학기 개강과 동시에, 1학기 때와 달리 수업 시간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학생들과 화상회의 형태의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똑같은 비대면 수업이지만, 수업하는 느낌이 1학기 때와 다르다. 비록 화면에 비추어지는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눈을 맞추는 느낌이라도 받아가며 수업을 할 수 있다. 마이크를 통해서라지만, 학생들과 글이 아닌 말로 소통을 할 수도 있다.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과는 당연히 다르지만, 어찌 되었든 ‘벽 보고 이야기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과 제한적으로나마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비대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사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행위에 속한다. 수업하며 학생들과 교감하고, 질의응답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 역시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 때문에 학생들과의 소통이 없는 강의 영상 촬영을 해 본 경험, 그리고 제한적으로나마 학생들과 소통을 해 본 경험을 통해서, 사람과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새삼 깨달아 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면 사람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으리라. 예전 같으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을 학생들과의 대면과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나아가 학생들의 존재가 교육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비대면 수업을 통해서 새삼 절감해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의 대학 신입생들은 신입생들이 누려야 할 캠퍼스의 낭만을 빼앗기고 말았다. 대학의 구성원이기에 이 부분은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신입생들에게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전염병이 조속히 극복되어, 대학생들이 유예 당한 캠퍼스의 낭만을 제대로 누릴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그리고 나 또한 강단에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해 가며 진정 수업다운 수업, 소통하는 수업의 보람과 즐거움을 누릴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 격월간 『현대문예』 통권 114호(2021년 1‧2월호) 발표.
- 이동민 수필집 『서해에서』(2021년, 지구문학) 수록작.
  * 『서해에서』 발간 기념으로 올리는 3편의 수록작 중 마지막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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