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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Jul 04. 2022

연줄로 움직이는 폐쇄적인 엘리트 조직이 빚어낸 참극

임팔 전투를 통해 비추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고질병

...무타구치 역시 엄연히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육군 장교였다. 당연히 어린 시절부터 수재, 천재 소리를 듣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영특했고 성실했을 것이다. 임팔 전선에서 보여 준 그의 황당하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처신은 그가 정말로 무식하고 기본적인 사고력조차 없어서라기보다는, 합리적인 판단과 군인으로서의 실력‧실적이 아닌 연줄을 바탕으로 움직였던 구 일본군의 왜곡된 조직문화에서 불거진 참극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작전이라고 보기에는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상식적인 고려조차 결여되었던 무타구치의 계획이 상급자들의 결재를 득할 수 있었던 까닭, 그리고 예하 병력 수만 명을 비전투손실로 사망케 한 무타구치가 경징계만 받았다는 사실은, 당대 일본 최고 엘리트 집단이었던 일본 육군 장교단이 잘못된 조직문화로 인해 얼마나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 준다.

  그런데 임팔 전투라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은 70-80년 전 일본군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살인적인 경쟁을 뚫고 선발된 당대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정상적인 경쟁과 능력‧업적에 대한 평가가 아닌 폐쇄적인 조직 사회에서의 연줄을 통해 요직을 ‘나눠먹는’ 식의 구조는, 오늘날 한국 사회-특히 적지 않은 엘리트 집단-에서도 모습만 바꾼 채 여전히 이어져 오는 측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상세한 내막은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필자도 이런 부분을 매우 절실하게 느낀다. 그리고 인구에 회자되는 최고 엘리트 출신 사회지도층의 어처구니없는 무책임함과 무능함, 그리고 생활 상식에 대한 몰지각은 바로 이런 사회 구조가 키워낸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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